회색 하늘을 타고 내려오는
잔잔한 빗줄기 속으로
그대가 조용히 스며든다.
촉촉하게 젖어드는 바람 끝에
그대의 숨결이 얹혀 있고,
빗방울마다 얇게 떨리는 기억들이
내 마음을 적신다.
투명한 물길로 흐르는 그리움은
창가에 남은 시간을 부드럽게 덮고,
지워지지 않을 흔적들마저
서서히 희미하게 번져간다.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빗물 속엔
지난날의 속삭임과 함께
끝내 부르지 못한 이름 하나가 담겨 있다.
그 이름은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떠밀려
멀리, 더 멀리,
물결 따라 보이지 않는 시간 저편으로 흘러간다.
바람이 멈추고 비가 그쳐도
그리움은 여전히 흐른다.
창문 너머로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끝내 붙잡을 수 없는 그대의 흔적이
나를 안으로, 더 깊이 젖게 한다.
이 비가 멈추면
그리움도 멈출까.
하지만 나는 안다.
그리움은 멈추지 않는 물길처럼
조용히 흘러갈 뿐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