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그림자만 남기고,
돌아보지 말고 걸어가라.
마주쳤던 눈빛은
저녁 안개처럼 흐려지고,
발끝에 남은 낡은 흙먼지는
바람에 실려 어디론가 사라진다.
손에 쥔 것은 모두 놓아라.
손바닥의 빈자리엔
샛별이 깃들고,
멀리 떠밀려간 소리는
모래밭에 뿌리내린다.
가지를 비운 나무는
봄을 품은 침묵 속에서
새 잎을 키운다.
비움은 떠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머물렀던 시간 속에서
새로이 태어나는 일이다.
어느 날, 너의 빈자리를 메운
새 발자국과 바람이
다른 길을 그려가고,
그 흔적들은
서로의 시간이 겹쳐 흐르는
보이지 않는 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