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Poem1

텅 빈 가지처럼

by lee nam

길 위에 그림자만 남기고,

돌아보지 말고 걸어가라.

마주쳤던 눈빛은

저녁 안개처럼 흐려지고,

발끝에 남은 낡은 흙먼지는

바람에 실려 어디론가 사라진다.


손에 쥔 것은 모두 놓아라.

손바닥의 빈자리엔

샛별이 깃들고,

멀리 떠밀려간 소리는

모래밭에 뿌리내린다.


가지를 비운 나무는

봄을 품은 침묵 속에서

새 잎을 키운다.

비움은 떠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머물렀던 시간 속에서

새로이 태어나는 일이다.


어느 날, 너의 빈자리를 메운

새 발자국과 바람이

다른 길을 그려가고,

그 흔적들은

서로의 시간이 겹쳐 흐르는

보이지 않는 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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