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에서 숨을 틔운 들꽃은
흙냄새 가득한 땅에 뿌리를 내리고
아무도 부르지 않는 이름으로
하늘을 향해 서 있다.
바람이 지나면
잎 하나로 노래를 짓고,
햇살이 스치면
온몸으로 빛을 품는다.
그 자리, 그 작은 자리에서
들꽃은 세상을 다 안아준다.
들꽃의 자리 2
누구의 발길도 멈추지 않는 곳,
들꽃은 흔적처럼 남아
한 계절의 시간을 엮는다.
이름 없는 색깔로 피어나고
돌 틈에 고인 이슬을 마시며
땅 위의 바람과 하늘의 빛을
묵묵히 연결한다.
그리고 어느 날,
다른 꽃의 자리로
흙이 되어 사라질 때
들꽃은 스스로를 기억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