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Poem1

들꽃의 자리

by lee nam

틈에서 숨을 틔운 들꽃은

흙냄새 가득한 땅에 뿌리를 내리고

아무도 부르지 않는 이름으로

하늘을 향해 서 있다.


바람이 지나면

잎 하나로 노래를 짓고,

햇살이 스치면

온몸으로 빛을 품는다.

그 자리, 그 작은 자리에서

들꽃은 세상을 다 안아준다.


들꽃의 자리 2


누구의 발길도 멈추지 않는 곳,

들꽃은 흔적처럼 남아

한 계절의 시간을 엮는다.


이름 없는 색깔로 피어나고

돌 틈에 고인 이슬을 마시며

땅 위의 바람과 하늘의 빛을

묵묵히 연결한다.


그리고 어느 날,

다른 꽃의 자리로

흙이 되어 사라질 때

들꽃은 스스로를 기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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