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Essay2

시 쓰기와 무의식

by lee nam

시 쓰기와 무의식의 관계는 매우 밀접하다. 무의식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생각, 기억, 감정들이 저장되는 공간으로, 이 무의식의 세계는 시적 창작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시인은 무의식의 세계와 접촉하고 그것을 언어로 형상화하면서, 내면의 갈등, 상처, 기쁨 등을 표현하게 된다. 무의식은 종종 우리가 일상적으로 지나치기 쉬운 감정의 흔적이나 미묘한 사고의 흐름을 시를 통해 드러낼 수 있는 잠재적 원천이 된다.


프랑스의 심리학자 자크 라캉(Jacques Lacan)은 언어와 무의식의 관계를 강조하며, 무의식이 언어와 같은 구조적 특성을 가진다고 말했다. 그는 “무의식은 언어처럼 구조적이다”라고 말했으며, 이는 시인이 의식적 사고의 틀을 넘어 무의식적인 사고를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는 종종 의도치 않게 나타나는 상징, 이미지, 비유를 통해 무의식을 드러내기 때문에, 시적 언어는 무의식과 매우 가까운 접점을 가진다.


또한, 칼 융(Carl Jung)은 꿈을 무의식의 표출로 보았으며, 시는 꿈과 유사한 방식으로 내면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다고 보았다. 시인이 쓴 시 속에서 꿈과 같은 형상화된 이미지나 상징들이 등장할 때, 그것은 무의식의 깊은 곳에서 나오는 메시지를 의미하기도 한다. 융은 이러한 상징이 개인의 무의식뿐만 아니라 집단 무의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여, 시를 통해 우리가 보편적인 인간 경험을 공유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시인이 무의식과 만나는 순간, 그들은 종종 의도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깊은 감정이나 억압된 기억을 드러낸다. 이러한 점에서 시 쓰기는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으로, 창작의 과정 자체가 무의식적 사고와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 된다. 시는 무의식의 언어를 의식의 형태로 변환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시는 의도적이지 않은 형태로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를 허물며, 이를 통해 창작의 진정성과 감동을 자아낸다.


마지막으로, 시는 무의식의 비밀을 풀어내는 도전이기도 하다. 무의식의 언어는 때로는 비정형적이고 모호하지만, 그것을 형상화하여 시로 만들어내는 과정은 무의식의 본질을 탐구하는 여정이 된다. 시인에게 있어서 시 쓰기는 단순히 감정을 표현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무의식의 세계를 탐험하고 그 안에 숨겨진 진리를 발견하는 작업인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시속에서 살고 있는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