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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say2

글쓰기와 트라우마

by lee nam

ㅣ글쓰기와 트라우마의 관계는 매우 깊고 복잡하다.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은 종종 그 경험을 언어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글쓰기는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글을 쓰는 과정은 감정을 정리하고, 잊히지 않은 기억들을 외부로 표출하는 방법으로 기능할 수 있다. 특히, 글쓰기는 트라우마 경험을 재구성하고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되며, 감정적인 고통을 치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작가 수잔 손탁(Susan Sontag)은 트라우마 경험을 문학적으로 풀어내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글쓰기가 고통을 “언어화”하는 수단임을 강조했다. 손탁은 자신의 작품에서, 특히 전쟁과 그로 인한 고통을 문학적으로 풀어내며, 개인적인 경험과 보편적인 사회적 의미를 결합했다. 그녀의 글쓰기는, 단순히 고통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독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고통을 치유하는 과정으로 변모했다.


글쓰기가 트라우마 치유에 미치는 영향은 개인적이고 심리적인 차원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9/11 테러를 경험한 뉴욕 시민들은 그 경험을 글로 풀어내면서 트라우마를 치유했다. “9/11 후의 글쓰기”라는 연구에서는, 테러를 경험한 사람들이 일기, 편지, 그리고 다른 형태의 글을 통해 고통을 다루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그 사건을 인식하고, 치유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는 것을 밝혔다. 이 연구는 글쓰기가 트라우마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정신적인 회복이 이루어지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글쓰기는 트라우마의 기억을 다루는 데 있어 중요한 치료적 역할을 한다. 트라우마에 의해 “동결된” 감정이나 경험을 글로 풀어내면, 그 감정들은 일정 부분 해소된다. 예를 들어, 심리학자 제임스 펠드만(James Pennebaker)의 연구는, 글쓰기가 개인의 감정을 처리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며, 심리적 치유를 촉진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펠드만은 실험을 통해, 감정을 일기나 글로 표현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심리적으로 더 건강한 상태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글쓰기는 그 자체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트라우마를 경험한 후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을 재구성하는 과정이기도 하며, 과거와의 결별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현재와 미래를 위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예를 들어,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하거나, 시를 쓰는 경우 그 글은 자신과 다른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줄 수 있는 중요한 메시지가 된다.


결국, 글쓰기는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중요한 도구가 된다. 그 과정에서 감정은 언어로 풀어지고, 고통은 해소되며, 치유는 이루어진다. 글쓰기를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강력한 희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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