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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에 씨앗 하나,
마치 작은 우주를 품듯 ㅣ
나는 흙 속에 그것을 숨긴다.
어머니의 손길처럼 부드럽게,
삶의 약속을 심는다.
흙과 씨앗의 만남 속에서,
시간은 바람을 타고 흐른다.
한 줌의 기다림과 함께,
햇살은 고요히 내려앉고,
바람은 숨을 고른다.
아이들 떠난 뒤
텅 빈 집,
텃밭엔 초록이 숨을 쉬고
나는 물을 준다,
마치 나 자신에게 물을 주듯이.
삶은 그렇게 자라나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뿌리를 내리고
고개를 든다.
어머니가 그랬듯이,
나는 이곳에서 시간을 지킨다.
때론 성급했던 날들이
부질없다 느껴지지만,
지금은 안다,
모든 것은 제시간에 자란다는 것을.
내 손끝에 맺힌 작은 싹들,
그 속에 담긴 기억과 위안.
텃밭에서 나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키운다.
언젠가 손주들에게,
이 땅의 이야기를 전할 날이 오겠지.
그들도 이 흙을 손으로 만지며,
우리의 시간을 느끼게 될 거야.
텃밭에 서서,
나는 나의 삶을 가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