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Essay2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e nam Dec 02. 2024

지나간 시간의 그림자

   지금은 나뭇잎들이 떨어지고 있는 늦가을이다. 가을의 한가운데에 서면, 푸르던 여름의 기억이 부서지듯 스쳐 지나간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고, 나뭇잎은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며, 나는 무심코 지나온 시간의 흔적을 떠올리게 된다. 어릴 적, 단풍이 물든 길을 따라 걸으며 고운 색깔에 마음을 뺏기던 순간이 있다. 그때의 나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런 날에는 그 시절이 아른거린다. 친구들과 함께 놀던 기억, 엄마의 따뜻한 손길, 그리고 그리웠던 고향의 풍경들. 그 모든 것이 나의 마음속에 고이 쌓여 있다. 그래서일까, 내 마음은 자연스레 그곳으로 향한다. 차가운 바람이 나를 감싸고, 나뭇가지 사이로 떨어지는 잎사귀의 소리가 귓가에 들리며,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갈망이 솟구친다.


    과거는 마치 흩어진 나뭇잎처럼 바람에 날린다. 잃어버린 것 같아 아쉬움이 가득하지만, 나는 그 그림자를 다시 비춰보고 싶다. 그 안에는 잊고 지낸 사랑과 애틋한 기억이 담겨 있다. 어느새 지나쳤던 순간들이 나를 다시 껴안아주고, 그 따뜻함 속에서 나는 다시 한번 웃을 수 있다.


     이제는 그리움이 아닌 애틋함으로, 잊었던 순간들을 다시 불러올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 사진 한 장, 혹은 한 줄의 글로 그리움의 조각들을 이어 붙여 다시 살아 숨 쉬게 하는 것이다. 나는 그 모든 것이 나의 일부임을 알기에, 잃어버린 것처럼 느껴지는 과거를 찾아 나선다.


     그림자처럼 따라오는 지나간 시간의 흔적은 나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오늘의 나를 만드는 조각들이 결국 나의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원동력임을 깨닫는다. 그래서 다시 비춰보기를 원한다. 내 마음속에 담긴 과거의 그리움을 꺼내어, 찬란한 가을빛 속에서 나의 이야기를 다시 쓰고 싶다.


     이제 그 그림자와 함께 걸으며 조금 더 따뜻하고 아련한 기억을 품에 안고 싶다. 이 늦가을의 따스한 햇살 아래, 나는 다시 한번 지나간 시간을 향해 손을 뻗는다. 한 순간 한 순간 떠올리며 자판기를 두드려 나를 찾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