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흙길을 코고무신 신고
먼지 속을 달리던 여름날,
우린 서로를 불러대며
햇살에 물든 들판을 가로질렀지.
네 손엔 단감 몇 개,
난 호주머니에 호두알을 가득 넣고,
그 작은 선물을
바꿔 먹으며 한참을 웃었어.
학교가 끝나자마자
개울가로 뛰어가
책보자기를 아무 데나 던져두고
바지를 무릎까지 걷은 채
돌틈에 붙은 다슬기를
잡겠다고 소리치던 날들.
물에 비친 얼굴보다
네 웃음소리가 더 선명하게
흐르던 기억들.
논둑을 따라 걷던 신작로,
양옆으로 피어 있던 코스모스들.
우린 그 꽃길에서
코스모스처럼 흔들리며
이야기꽃을 피웠지.
지금은 서로 다른 나라에서
너는 한국, 나는 미국에서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가을이 오면 언제나
그 코스모스 길이 떠오른다.
지금이라도 그곳으로
달려간다면,
코스모스 사이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너를 꼭 만날 것만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