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poem2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e nam Dec 02. 2024

꼬맹이 친구

좁은 흙길을 코고무신 신고  

먼지 속을 달리던 여름날,  

우린 서로를 불러대며  

햇살에 물든 들판을 가로질렀지.  


네 손엔 단감 몇 개,  

난 호주머니에 호두알을 가득 넣고,  

그 작은 선물을  

바꿔 먹으며 한참을 웃었어.  


학교가 끝나자마자  

개울가로 뛰어가  

책보자기를 아무 데나 던져두고  

바지를 무릎까지 걷은 채  

돌틈에 붙은 다슬기를  

잡겠다고 소리치던 날들.  

물에 비친 얼굴보다  

네 웃음소리가 더 선명하게  

흐르던 기억들.  


논둑을 따라 걷던 신작로,  

양옆으로 피어 있던 코스모스들.  

우린 그 꽃길에서  

코스모스처럼 흔들리며  

이야기꽃을 피웠지.  


지금은 서로 다른 나라에서  

너는 한국, 나는 미국에서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가을이 오면 언제나  

그 코스모스 길이 떠오른다.  


지금이라도 그곳으로  

달려간다면,  

코스모스 사이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너를 꼭 만날 것만 같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