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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say2

겨울나무의 이야기

by lee nam

ㅣ. 겨울나무는 어떤 말도 하지 않지만, 그 존재만으로 큰 위로를 준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 앙상한 가지들이 서 있는 모습은 한없이 쓸쓸하게 보이지만, 그 안에는 강한 생명이 숨 쉬고 있다. 나무는 계절을 거스르지 않는다. 잎이 떨어져도, 꽃이 지고 나무는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며 다음 계절을 준비한다. 그 모습이 마치 삶에서 겪는 아픔과 시련을 견디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만 같다. 나무는 알지 못하는 사이, 나에게 기다림과 인내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겨울의 나무는 겉으로 보기엔 멈춘 것 같지만, 그 안에서는 새로운 생명이 자라고 있다.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며 나무의 가지는 흔들리지만, 나무는 그 모든 변화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마치 삶에서 우리가 겪는 어려움처럼, 나무도 바람에 휘청거릴 때가 있지만 결국에는 그 자리를 지킨다. 그때 나는 비로소 알게 된다. 멈추는 것과 끝내는 것은 다른 의미가 있다는 것을. 나무는 멈추지 않으며 기다리는 동안 더 단단해진다.


겨울나무는 나에게 기다림의 가치를 가르쳐 준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 지나도, 봄은 반드시 온다는 것을. 그 기다림 속에서 나무는 자신을 준비하고, 내가 느끼는 고요함과 침묵 속에서 나도 조금씩 치유된다. 나무가 기다리듯, 나도 내 삶의 다음 장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어떤 순간에는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지지만, 결국 그 멈춤은 나를 위한 시간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 자리에서 겨울나무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기다린다. 여름의 푸른 잎사귀는 없지만, 나무는 오히려 더 강해 보인다. 그 강함은 바로 무엇이든 잃어도 그 자리를 비워둔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나무는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고, 그 자리가 새로운 생명으로 채워질 것을 믿는다. 나는 이 모습을 보며, 나 역시 마음속에 쌓인 걱정과 미련을 내려놓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겨울나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 조용한 침묵 속에서 나는 많은 것을 배운다. 나무는 삶의 변화와 기다림을 온몸으로 경험하며, 결국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나 역시 나의 겨울을 지나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해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나무처럼 침묵 속에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며, 나는 나의 삶을 온전히 믿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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