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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say2

꽃상여, 마지막 길의 축복

by lee nam

산 너머 멀리서 들려오는 상여소리는 마치 바람의 노래 같았다. 낮은음과 높은음이 교차하며, 그것은 단순한 곡조를 넘어선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한 생이 끝난 자리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는 죽음을 애도하며, 또 다른 세계로 떠나는 영혼을 배웅하는 힘찬 노래였다. 그리고 그 길을 장식하는 꽃상여는 고인의 삶과 마지막 순간을 화려하게 물들이며, 마을 사람들 모두가 함께하는 이별식의 중심에 있었다.


꽃상여는 단순한 운구 도구가 아니었다. 고인의 삶을 기리며 그의 마지막 길을 축복하려는 마음이 깃든 작품이었다. 형형색색의 종이꽃이 상여를 가득 메우면, 그것은 마치 꽃으로 만든 작은 집 같았다. 붉은색, 노란색, 푸른색의 꽃잎들은 고인의 삶 속에서 피었던 희망과 사랑, 그리고 남은 자들의 애정을 표현했다. 상여소리가 울려 퍼지며 꽃상여가 산길을 오를 때, 온 마을 사람들은 하나 되어 고인의 영혼이 편안히 떠날 수 있기를 기원했다.


마을 사람들이 상여를 메고 떠나는 이를 배웅하는 이별식은 단순한 장례의식을 넘어섰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가 한마음으로 고인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며 그의 생을 기억했다. 상여꾼들의 발걸음과 상여소리가 어우러지는 그 길 위에는 고인의 삶을 기리며, 남아 있는 이들이 서로를 위로하는 따뜻한 정서가 묻어났다.


꽃상여는 떠나는 이를 향한 존경의 표시였다. 죽음을 둘러싼 슬픔 속에서도 화려하게 꾸며진 상여는 “그의 삶은 빛났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공동체의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별이 고통으로만 남지 않고, 추억과 축복으로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현대사회에서는 꽃상여를 보기 어려워졌다. 간소화된 장례문화 속에서 과거의 정성과 공동체의 정이 점차 희미해져 간다. 그러나 꽃상여와 마을 사람들이 함께한 이별식은 우리에게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상여꾼들의 땀방울과 사람들의 발걸음에는 떠나는 이를 향한 진심이 담겨 있었고, 그것이 바로 고인의 마지막 길을 축복하는 진정한 예식이었다.


꽃상여가 지나가는 길 위에는 애도와 사랑, 그리고 기억이 오래도록 남는다. 그것은 떠나는 이를 향한 마지막 인사이자, 삶의 마지막 순간을 따뜻하게 보내는 공동체의 의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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