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며 우리가 몸소 겪는 모든 것은 작은 물결을 일으킨다. 그 물결이 모이면 바다가 되고, 때로는 폭풍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물결 중 가장 무서운 것은 ‘입질’이다. 입질은 물고기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의 공동체에서도, 입질은 때로 눈에 보이지 않게 시작되어 공동체의 뿌리를 흔들어 놓는다.
입질은 작은 말 한마디로부터 시작된다. 누군가를 향한 부정적인 평가나 가벼운 험담, 아니면 친절을 가장한 비꼼이 그 시작이다. “저 사람은 왜 저래? “라든지, “나는 몰랐는데, 그런 면이 있더라”와 같은 말들이 조용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때, 그 속삭임은 차츰 그 사람의 그림자를 키우고 공동체의 균형을 흔들기 시작한다.
공동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신뢰와 협력이다. 하지만 입질이 시작되면 이 두 가지는 사라지기 쉽다. 입질이란 곧 의심을 낳고, 의심은 믿음을 깨뜨리기 때문이다. 특히 작은 그룹일수록 이런 입질은 치명적이다. 마치 물고기 떼 속에서 한 마리가 다른 한 마리를 쪼기 시작하면 그 쪼임은 퍼져 나가 떼 전체를 흩어 놓듯이 말이다.
내가 참여했던 한 모임에서 이런 입질의 경험이 있었다. 한 사람이 “저분은 항상 자기 의견만 주장한다”라고 말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 말은 은근히 퍼져 다른 사람들에게도 같은 시각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어느새 그 사람은 소외되기 시작했고, 결국 모임에서 스스로 발을 빼게 되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평소처럼 모였지만, 이상하게도 그 모임은 얼마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입질의 힘은 한 사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누군가를 평가하고, 비난하는 분위기가 한 번 자리 잡으면, 그 대상은 계속해서 바뀐다. 오늘은 다른 사람을 공격하던 입이, 내일은 나를 향하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입질은 모두에게 위험한 것이다.
우리가 공동체에서 해야 할 것은 입질이 아니라, 마음을 보태는 일이다. 좋은 말은 마음을 잇고, 신뢰를 키운다. 나쁜 말은 관계를 끊고, 분란을 일으킨다. 나는 이제 어떤 모임에서든 누군가를 험담하는 말을 들을 때 이렇게 묻곤 한다. “그래서 우리가 그분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그 한마디로 이야기는 더 이상 퍼지지 않고, 오히려 사람들의 시선은 해결과 협력으로 향한다.
입질이 시작되면 공동체는 망한다. 하지만 그 입질을 멈추는 것은 우리 각자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나부터 입술을 닫고, 귀를 열며, 손을 내밀 때, 입질은 더 이상 자리 잡지 못한다. 공동체란 각자의 작은 물결이 모여 만드는 큰 바다다. 그 바다가 평온하고 아름답게 출렁이길 원한다면, 우리 모두 물결이 아닌 빛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입질은 멈출 수 있다. 그리고 공동체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