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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say2

변화의 시간 속에서

by lee nam

봄이 되면 무논에는 알에서 갓 깨어난 올챙이들이 수없이 때를 지어 꼬리를 흔들며 떠다니고 있다. 물속을 헤엄치던 작은 올챙이는 자신이 물밖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리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매끄러운 꼬리를 좌우로 흔들며 귀여움을 떨며 떠다니는 올챙이의 몸은 물속에 최적화되어 있다. 그러나 어느 날, 느릿하게 다리가 돋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자신의 몸에 생긴 이질적인 변화에 당혹감을 느낄 수도 있다. 뒤다리가 자라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앞다리도 생긴다. 그동안 자유로웠던 꼬리는 점차 짧아지며 사라지고, 눈은 더 크게 튀어나와 주위를 더 넓게 바라본다. 이 변화는 올챙이에게 혼란이자 고통일 수도 있지만, 바로 그 과정을 통해 그는 개구리라는 전혀 다른 존재로 탈바꿈한다.


이 변화는 어쩌면 인간이 성장하며 겪는 사춘기, 청년기를 닮았다. 어린 시절의 나는 매끄러운 물속에서 유영하듯 보호받고 있었다. 부모님의 품이라는 따뜻한 수면 아래에서 세상을 걱정할 필요 없이 살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신체와 감정에 작은 변화들이 찾아왔다. 내 안의 생각들이 다리가 되어 자라났고, 내면은 새로운 감각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타인의 시선이 의식되며 나를 보는 눈이 달라졌고, 나 또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변했다. 예전엔 보지 못했던 것을 느끼고, 가벼운 말 한마디에도 깊은 고민이 뒤따랐다. 그 시간은 때로는 낯설고 불편했지만, 결국 나를 나답게 만드는 통과의례였다.


올챙이는 꼬리를 흔들며 물속을 헤엄쳤던 본능을 잃는다. 대신 다리를 이용해 땅을 딛고 뛰어오르며, 전혀 다른 공간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물이라는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공기와 햇빛이 가득한 낯선 세계로 향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청년이 된 우리는 어린 시절의 본능과 보호에서 벗어나 새로운 책임과 선택의 공간으로 들어선다. 자아를 확립하고, 관계를 맺고, 갈등을 겪으며, 우리는 점점 단단해진다. 그 후 이어지는 장년기의 시간은 스스로를 증명하고, 뿌리를 내리고, 누군가에게 의지가 되어야 하는 무게를 품는다. 그러나 그렇게 달려온 삶 속에서도 또 다른 변화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이제 나는 청년기를 지나 장년기를 통과하고, 노년기의 초입에 서 있다. 눈에 띄게 느려지는 걸음, 예전과는 다른 리듬으로 반응하는 몸, 그리고 과거에는 흔들림 없던 마음마저 가끔씩 쓸쓸한 바람에 흔들린다. 내 안에서 또 다른 변화가 자라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이 시기에도 또 한 번 다리가 자라나고 있는 것 같다. 예전처럼 빠르게 뛰지는 못하지만, 이제는 더 깊게 바라보고, 더 넓게 품고자 한다. 올챙이가 꼬리를 놓아야 개구리가 되는 것처럼, 나 또한 젊음의 속도와 강박을 내려놓아야 노년의 지혜를 얻는다. 변화는 여전히 낯설고 때로 두렵지만, 그것이 또 다른 도약을 위한 준비임을 알기에 나는 이 시간에 몸을 맡긴다.


어쩌면 나는 이제, 마지막으로 큰 호흡을 들이쉬고, 조용한 연못가에서 햇살을 받으며 앉아 있는 개구리가 되어간다. 그러나 그 고요함 속에도 깊은 변화가 있다. 삶은 단 한 번도 정지한 적 없었다. 꼬리를 흔들며 달리던 어린 날, 다리로 뛰던 청춘의 시절, 그리고 지금의 느린 걸음까지, 모든 것이 나를 이루는 일부다. 나는 또 한 번의 변화 앞에서 이렇게 다짐한다. 이 시기를 피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느릿하게 그러나 유연하게 적응하겠노라고.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계절도 그 나름의 아름다움을 가질 수 있도록, 기꺼이 새 다리를 받아들이겠노라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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