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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nam Nov 20. 2024

하늘, 거대한 플랫폼

     하늘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이다.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 구름 위로 피어오르는 무지개, 저녁에 물드는 노을까지, 하늘은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며 우리에게 다채로운 모습을 선사한다. 이 공간은 특별히 허락받을 필요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도 없다. 누구나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고, 그 아래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쌓아간다. 그래서 하늘은 모든 사람과 사물의 플랫폼이 된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올려다본 하늘에서 우리는 누군가와 같은 구름을 바라볼지도 모른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같은 하늘을 공유하며 공감의 순간을 나눈다. 세계 곳곳에서 하늘은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사람들을 연결한다. 전혀 다른 시간대에 사는 사람들이 같은 달빛 아래에서 소망을 빌고, 서로 다른 대륙에 사는 이들이 같은 비구름 아래에서 감정을 나눈다. 하늘은 그 자체로 거대한 소셜 네트워크다.


     하늘은 인간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새들은 하늘을 날며 둥지와 둥지를 연결하고, 바람은 하늘을 타고 대지를 적신다. 심지어 우리가 만드는 비행기와 드론도 하늘이라는 무대를 통해 이동하고 기능을 발휘한다. 하늘은 모든 존재의 활동을 포용하며, 이들을 하나의 공간에 공존하게 만든다. 하늘이 없다면 새들은 날 수 없고, 비행기는 그 의미를 잃을 것이다. 하늘은 생명과 기술이 함께 춤추는 거대한 플랫폼이다.


    하늘은 무한히 너그럽지만, 그 아래의 존재들은 때로 욕심을 부린다. 우리는 하늘에 빛 공해를 쏟아내고, 대기오염으로 숨통을 조이기도 한다. 하늘은 묵묵히 그것을 받아내지만, 그 대가는 결국 우리에게 돌아온다. 하늘을 공용의 플랫폼으로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 자유롭고 아름다운 공간은 우리를 품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결국 하늘은 단순한 자연 현상을 넘어 모든 존재가 함께 쓰는 공동의 장이다. 우리는 하늘을 통해 연결되고, 하늘 아래에서 함께 살아간다. 이 위대한 플랫폼이 늘 우리를 받아들이듯, 우리도 하늘을 존중하며 공존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하늘은 인간이 만든 어떤 플랫폼보다도 오래되고, 완벽하며, 평등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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