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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say

한글 공부

by lee nam

한글을 처음 배우는 아이들에게 가르치다 보면 받침의 어려움을 마주하게 된다. 특히, 소리 나는 대로 받아쓰다 보면 틀리는 경우가 많아 아이들이 당황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발음과 글자의 구조가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부분에서 종종 혼란을 느끼며, 자신감이 줄어드는 아이들을 볼 때면 한글이 가진 독특한 매력과 함께 그 난이도 역시 깊이 체감한다.


아이들에게 한글의 받침을 설명하는 일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받침이 달라지면 발음이 달라지고, 소리가 비슷하게 들리더라도 글자가 다르게 쓰여야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이민 가정의 아이들에겐 영어와 다른 소리 구조가 더 큰 벽으로 다가온다. “왜 이렇게 써야 해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한글의 규칙을 풀어 설명해 주어야 하는데, 매번 단순한 대답으로는 충분하지 않음을 느낀다.


받침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 가장 큰 도전은 틀릴 때마다 느끼는 좌절이다. 받아쓰기를 할 때 틀린 글자가 나올 때마다 점점 낙심하는 아이들을 보며, 완벽하게 쓰기보다는 과정을 즐기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어 진다. 틀림은 배움의 한 과정임을 강조하며, 자꾸 실수할수록 글자를 익히는 속도도 빨라질 거라고 격려한다. 하지만 이것도 한 번에 전해지는 이야기는 아니기에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해 간다.


한글을 가르치며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그저 올바르게 쓰는 것보다 그 과정에서 끈기와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받침을 연습할 때, 틀린 글자가 나오더라도 스스로 문제를 찾고 고쳐가며 배우는 태도를 기르도록 노력한다. 다행히 반복을 통해 아이들은 천천히라도 조금씩 실력이 늘어가며, 한글을 이해하고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쌓아간다.


이민 가정에서 자라나며 두 언어의 다리 위에 선 아이들이 한글을 더 잘 익혀, 자신을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도구를 얻게 되길 바란다. 한글을 이해하고 써 나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문화와 뿌리를 발견하고, 나아가 세계를 향해 자랑스럽게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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