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무》가 잘 팔릴지 아무도 몰랐다
주역 에세이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는 2차 대전 중인 1943년에 출간됐다.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됐다. 희한한 일이다. 한 여름밤의 미스터리 급이다.
수백 페이지의 난해한 책이 어떻게 그 와중에 관심을 받고 팔려나갔을까. 나치에 의해 유린당한 파리 시민들이, 밤낮으로 불안과 공포 속에 시달리다가 죄다 실존주의자가 되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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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무》의 무게는 정확히 1킬로그램이었다고 한다. 책 무게에 미스터리를 풀 비밀이 담겼다.
당시엔 구리가 아예 사라진 상태였다. 대량의 총알이 필요해서 그랬다. 전쟁에 쓸 탄환을 만들어야 하니, 보이는 구리는 모두 수거됐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구리가 없으니 저울추를 만들 수 없었다. 시장 상인들은 식료품을 정확히 계량할 수 없게 된다.
그때,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가 정확히 1킬로그램이란 사실이 알려진다. 상인들은 한둘, 저울 한쪽에 책을 올려놓고 식료품의 무게를 재기 시작한다. 시장 상인들이 기민해진다.
물건을 팔려면 《존재와 무》를 확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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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의 64괘는 수시로 변한다. 괘(상황)가 하나 주어지면 그 괘를 이루는 6개의 음양 막대는 끊임없이 흔들린다.
세상의 모든 상황은 그렇게 유동적이다. 어디서 뭐가 출현할지 모른다. 모든 게 잘 풀리는 진격의 메시지를 받았다 해도 언제 꺾일지 모른다. 나에게 모든 재화가 몰릴 거란 판단을 받았는데, 그게 과해 그 재물들에 의해 쓰러지는 경우도 많다.
길흉화복의 변화는 엑셀과 선형 분석으로 예측히지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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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추진할 때, 애초의 원칙과 계획에 집착해 추진 과정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들을 사장시켜선 안 된다. 너무 엄격하지 않게 여백도 두어야 한다. 어디서 뭐가 터질지 모르는 게 시장이고, 세상이다. 논리로 설명되지 않지만 소수의 사람들에게라도 매력적인 것들이 있다면 품어 보는 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