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라, 가을아~

가을이 다가오는 문턱에서 [디카시 018]

by 올제

< 와라, 가을아 >


10월이 되었건만

햇살은 여전히 여름의 기운을 품고 있다.


바람은 게으르고, 나뭇잎은 아직도 푸르다.

올해의 여름은 유난히 길었다.


지칠 만큼 뜨거웠고,

무서울 만큼 쏟아졌다.

그래서인지 미련도 조금 남는다.


저녁 하늘은 아직 식지 않았고

한 계절이 다른 계절을 붙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그러나 나는 안다.

이 더위도 언젠가 물러나고

단풍이 산의 어깨를 물들일 날이 머지않았음을.


가을은 언제나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다가온다.


어느 날 문득,

하늘이 파래지고 구름이 높이 나를 때,

나는 그제야 여름을 보낸다.


한 계절을 떠나보내며

다음 계절을 기다리는 일,

그것이 아마 살아간다는 일의 또 다른 이름일 것이다.




영화 '어쩔 수가 없다'를 보면 초반부에 유만수가 하는 "와라~ 가을아" 대사가 너무 자연스럽고 시적으로 느껴졌다. 겨울에는 설레는 마음으로 봄을 기다리지만 여름에는 어쩔 수 없이 가을을 맞이한다. 계절의 변화를 통해서 젊음의 계절인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기다림'과 '수용'의 마음을 나타내고자 하였다.

KakaoTalk_20251017_205218196_02-tile.jpg < 구미의 명산 금오산에는 도선굴, 오형돌탑, 마애여래석탑, 대혜폭포, 약사암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풍부해 지루할 틈이 없은 산행이었다. >

가을을 맞이하는 의미로 이번 산행에는 구미 금오산엘 다녀왔다. 달이 걸린다는 뜻의 금오산 정상 현월봉(懸月峯)은 이름처럼 멋진 조망을 보여주는 곳이다. 탁 트인 정상에 서면 북동쪽으로 구미 시가지가 막힘 없이 펼쳐지고 멀리 낙동강 너머로 산들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장관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