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리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 디카시 029]
한 자리를 오래 지켜온 나무가 있습니다.
바람이 스치고, 세월이 스쳐도
흔들릴 뿐 꺾이지 않는 그 곧은 등줄기,
그 모습은 고향을 지키며 묵묵히 살아온
어머니의 세월과 너무도 닮았습니다.
병충해에도 쉽게 쓰러지지 않는 강함,
아무 말 없이 뿌리를 내려
자식이 기대 설 자리를 마련해 주는 마음,
은행나무는 그런 사랑을 몸 깊이 품고
해마다 더 단단해지는 나무입니다.
가을이 오면
노란빛을 한껏 흘려내어
세상 가장 따뜻한 풍경을 만들어주지요.
그 빛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머니의 마음이 이토록 아름답구나~
세월이 아무리 배어도 빛을 잃지 않는구나~
그 사실을 조용히 깨닫게 됩니다.
은행나무는 말이 없지만
삶의 가장 깊은 이치를 보여줍니다.
버티는 것이 사랑이고
빛을 남기는 것이 삶이며
그 모든 온기가
어머니의 마음이었다는 것을.
표지사진 설명: 의령 세간리 은행나무이다.
경남 의령군 지정면 세간리 808에 자리한 이 나무는 의병 곽재우 장군의 생가 앞을 지키고 서 있다. 수령 약 600년의 거목으로, 마을 한가운데 우뚝 솟은 몸통은 여러사람의 팔로는 감쌀 수 없을 만큼 굵고, 사방으로 뻗은 가지들은 노란 빛살처럼 펼쳐져 있다.
아쉽게도 황금빛 단풍의 절정은 맞추지 못했지만, 잎을 털어낸 뒤의 그 품위는 오히려 더 또렷이 드러났다. 내년 11월 초, 다시 찾아 이 나무가 뿜어낼 찬란한 자태를 사진으로 남겨보리라 마음속으로 다짐해본다.
세간리 사람들은 이 거목을 마을의 수호목으로 여겨 예부터 나무 아래서 고사를 지내며 풍년과 평안을 빌어왔다고 한다. 이제는 시간이 켜켜이 쌓인 이 은행나무가, 그들의 염원을 품고 오늘도 묵묵히 마을을 굽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