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늬

파도는 다시 쓰고 간다 [ 올제의 아크릴화 002 / 디카시042]]

by 올제

모래는 말이 없고

파도는 늘 같은 길로 오지만

남기는 무늬는 하루도 같지 않습니다.


어제의 발걸음이 오늘에 겹쳐도
물은 기억을 허락하지 않고
다만 지나간 자리마다
다른 깊이의 숨을 남깁니다.


멀리 서는
반복이라 부르기 쉬운 삶이
가까이 들여다보면
한 번도 같은 방식으로
흔들린 적이 없었음을 알게 됩니다.


얕은 홈에는
가볍게 웃어넘긴 날들이 고여 있고
깊은 골에는
말로 하지 못한 시간들이
그늘처럼 눕습니다.


파도는 지우러 오는 것이 아니라
다시 써 주러 옵니다.


지웠다 생각한 마음 위에
조금 다른 힘으로
또 한 줄의 나를 긋고 돌아갑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심한 날들을 건너오면서도
결코 무늬 없는 사람이 되지 않습니다.


오늘의 근심 하나,
어제의 망설임 하나가
모래 위에 남긴 흔적을 보며
나는 비로소 압니다.


살아온 시간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렇게 고요하게
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 with suno AI music >

첫 번째 아크릴화로 '세상에서 가장 작은 대화'를 1주일 동안 끙끙대며 완성하고 나의 두 번째 아크릴화 도전작으로 '삶의 무늬'라는 위의 작품을 선택하였다.
재작년 퇴직 후 일본으로 자전거 여행을 떠났을 때, 잔잔한 파도가 남긴 모래의 무늬가 유난히 아름다워 사진으로 담아 두었다. 그 사진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인생이라는 삶의 캔버스 위에 날마다 새겨 놓는 흔적과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사진을 바탕으로 아크릴화로 옮기고, Suno로 음악도 만들어 보았다.
정식으로 그림을 배운 적이 없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고된 작업이라는 느낌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