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녀교육 성공이 궁금하다고 하는 동생에게 -
오랜만에 사촌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형님, 날씨가 무척 더운데 잘 지내시는지요?”
그리고는 바로 본론에 들어간다.
“우리 서범이가 벌써 중3이 되었네요”
“아들의 진로와 공부 때문에 고민이 많은데 형님 아들 성공의 비결이 뭔지요?”
사촌 동생은 우리 집안에서 유일하게 서울대 출신이다. 소위 가장 학벌이 좋은 아버지이다. 그래서 '자녀도 당연히 명문대를 간다'는 보장은 없다.
내가 제일 관심을 두고 있는 브런치 글쓰기 소재는 진로교육이다.
최근에 어머니 병세가 심해져서 글쓰기를 전혀 하지 못하고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운 시간은 흘러가고, 마침내 어머니를 요양원으로 모셔드리고 다시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딱 그 순간에 전화가 와서 서범이의 진로상담을 시작하였다.
“형님 아들은 중3 때 입시사관학교 가서 성공한 것 맞지요? 그 학원이름이 뭔지요?”
사촌 동생은 정답이 궁금하다. 그래서 그 정답지를 받아 자녀에게 똑같이 적용시켜 같은 방식으로 성공적인 대학입학을 이끌려고 한다. 과연 인생에 정답지가 있을까?
안타깝게도 우리 아들이 다닌 입시사관학교는 폐업을 하였다.
나의 아들이 다니던 학원의 원장님은 직장이라기보다는 제자를 만들려고 자신의 영혼까지 바쳐 일하는 그런 분이었다. 제자들을 위해 수년간 에너지를 다 발산하여 지쳐 쓰러졌다. 짧은 학원운영기간이었지만 명문대를 잘 보낸다는 명성을 얻어 수많은 학부모들의 등원 요구를 받으면서 학원에 입성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시절이 있었다.
나는 아들과 둘이서 찾아가서 읍소하기를 5차례나 하여 아주 어렵게 학원등록의 허락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성공의 비결은 99%의 설득과 1%의 결심으로 이루어진다.>
예전에 어머니의 정보력과 할아버지의 경제력, 아버지의 무관심이 자녀의 성적을 좌우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여기에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 아버지의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다. 아무리 좋은 정보를 가지고 많은 돈을 투자하여 좋은 학원에 보낸다 하더라도 90%는 실패할 가능성이 많다. 학원에 가는 당사자인 학생의 굳은 결심이 필수적이다. 부모의 설득과 아들의 결심 없는 성공은 명문대에 간다 하더라도 부모와의 관계가 나빠져서 불편한 사이가 될 가능성이 많다. 자녀의 굳은 결심을 받아내는 것은 아버지의 몫이다.
설득의 핵심은 라포(rapport) 형성이다.
중3이 되면 아들에게 어머니는 자신이 상대하기에 손쉬운 약한 먹잇감으로 생각한다. 아버지가 자녀교육에 적극 관심을 가지고 나서야 한다.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어머니를 받쳐줄 아버지가 자녀와 라포(rapport)를 형성하여야 한다. 남자아이는 더욱 그러하다. 많은 시간 동안 대화를 통해 마음의 문을 열고 라포(rapport)가 형성되면 아버지의 말을 신뢰하기 시작한다. 그때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말해야 한다. 그 이유도 분명한 사례를 들어 자녀가 의심을 하지 않도록 설득해야 한다.
나는 아들과 라포(rapport)를 형성하기 위해 아들이 중3시절 약 3개월 같은 방을 쓰고 자면서 하루에 한 가지씩 자녀의 관심을 끌어내는 대화를 이어나갔고 서로 마음속 깊은 이야기도 나누었다. 마침내 마음의 문을 여는 아들에게 '공부는 왜 해야 하는지'를 주변 사례를 들어가면서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아들에게 결심을 받아내었다.
“아버지, 딱 1년만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결심의 증거는 휴대폰 반납이다.
휴대폰을 자진해서 반납하기로 하는 설득을 1월 동안 진행하였다.
중3 자녀가 휴대폰을 반납한다는 것은 자기 또래 친구들로부터 따돌림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 결코 받아들이지 쉽지 않았지만 휴대폰 반납 없는 결심은 실천가능성이 거의 없어 이 과정은 필수이다. 아들은 고민을 많이 하였지만 휴대폰을 딱 1년만 반납하기로 하고 입시사관학교에 갔다.
그리고 3개월 만에 중상위권에서 최고 상위권인 전교 최고등수로 나왔으며 졸업 시에는 자연계 수석으로 졸업하였다. 만일 아들에게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에 하지 못했다면 성적을 포기하고 자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슬기롭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인 윌리암 글라서는
'자녀는 가장 가까운 평생친구이다'라고 했다.
자녀는 지금도, 앞으로도 함께 해야 하며,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함께 해야 할 가장 가까운 친구이다. 그런 자녀를 공부 때문에 버려서는 땅을 치고 후회를 한다.
좋은 아버지이자 좋은 친구로 계속 남아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어머니를 요양원에 가도록 설득한 과정도 비슷하였다.
제주도 여행을 통해서 어머니의 몸과 치매상태를 더욱 정확히 이해하게 되었고 제주도에서 멋진 카페에서는 어머니의 불안과 걱정을 줄여드리려고 노력하였다. 라포(rapport)를 형성하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많이 자주 안아드렸다. 평소 짜증스러운 태도를 보였던 나였지만 제주도 여행동안은 어머니의 입장에서만 생각하자고 다짐하면서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애를 썼다.
어머니께서 죽는 날까지 편안하고 가족의 걱정을 줄여들이기 위해 요양원에 가는 것이라고. 그리고 먼저 가 계시면 곧 나도 요양원에 그리고 하늘나라 갈 것이니. 거기서 다시 만나자고......
어머니는
"저 방에 있는 통장은 네가 관리해라"라고 하시면서 결심의 말씀을 하셨다.
<빠르게 변화는 세상이지만 본질은 똑같다.>
시대가 너무 빠르게 변한다. 학교에서는 성실한 학생이 ‘개근거지’라고 놀림을 당하고 민원이 많은 학교에서는 ‘민원연구학교’라는 우스개 소리까지 있다. 예전에 자녀교육방식이 지금도 적용될지, 학교 공부가 인생에 결정적일 만큼 중요한지...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한 것 같다.
자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면 부모의 보석 같은 인생경험과 훈계는 잔소리가 불과하다는 점이다.
멘토와 꼰대의 차이는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설득 없는 정답제공은 꼰대의 잔소리에 불과하다.
내 인생에서 6개월 노력해서 가장 큰 성과를 거두는 시기는 언제일까?
전쟁에서 승리하는 장수도 결정적인 한순간을 잘 노려서 영웅이 된다. 승자와 패자는 종이 한 장 차이이다. 주식도 부동산도 마찬가지이다. 부동산과 주식이 폭락하여 모든 사람이 공포에 떨면서 주식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시기에 ‘결정적인 순간’ 투자하여야 최고의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인생이란 타이밍인 것 같다. 결정적 시기에 투자해야 최대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중3 2학기가 바로 그런 시기이다. 살다 보면 적절한 타이밍은 3번 온다고 한다.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으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볼 인생이 주어지는 것이다. 그중 한 번이 중3 2학기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가장 힘든 네 번의 설득은
- 지금의 아내에게 왜 내가 남편으로써 적합한 사람인지를
- 아들에게 왜 공부를 해야 되는지를
- 대학 선택은 대학명성보다 학과를 위주로 가는 것이라고
- 어머니에게 요양원을 왜 가야 하는지를
이었다.
나의 자녀교육 방식을 세 사람에게 알려주었다.
나의 여동생은 성공하였다. 아들은 휴대폰 반납하고 미국의 명문 대학에 진학하였고
나의 친구는 나에게 부탁하여 내가 직접 설득에 나섰지만 3시간 동안의 설득은 설득이 아니고 훈계였다. 그때 나는 꼰대가 된 것이었다. 라포가 전혀 형성이 안된 상황이라 99%의 과정이 빠지고 1% 내담자의 결심만 강요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번 나의 사촌 동생에게 알려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