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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도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세상의 모든 음악 좀 틀어줘~”

by 올제

살다 보면 감정이 말라가는 순간들이 있지요.


외로움과 우울,

또는 불편함과 서운함,

둘 중 하나를 꼭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감정이 살아 있는 쪽을 택하고 싶어요.


불편함은 때로, 대화로 풀리기도 하고

오해에서 시작된 미움

언젠가는 이해와 포용으로 돌아오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외로움은,

참 묵직하고 조용히 스며들어

사람을 안에서부터 텅 비게 하더라고요.


여보,

어쩌면 당신은 그 외로움을 품고 사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나는 그 곁에서,

그걸 잘 알지 못한 채

나만의 외로움에 빠져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우리는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이고,

같은 공간에 있지만,

때로는 너무도 다른 언어를 쓰는 것 같아요.


내게는 작은 칭찬 한마디가

하루를 환하게 만드는 마법이었어요.


하지만 당신은 언제나 진지했고,

잘못된 점을 먼저 짚어주었지요.

억울할 수도 있어요.

당신의 사랑 방식은 그런 것이었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당신에게 ‘잘했어, 수고했어

그런 말을 듣고 싶었던 날들이 많았어요.


사회에서는 내가 인정받고

능력을 보여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오롯이 당신과의 시간 속에 있네요.


당신은 조용한 사람이고,

나는 사람 사이에서 살아가는 사람인데

그 다름이 가끔은 외로움이 되었어요.


함께 골프를 치고

헬스를 하고

글을 써도,

늘 무언가 부족하다는 말을 듣다 보면

‘나는 참 모자란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어요.


물론,

당신의 말 안에는

늘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는 걸

지금은 알아요.


나는 단 한 사람에게

진심으로 믿음을 받는다면

그걸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그 한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하고 바랐지요.


어느 날,

당신이 했던 말이

오래도록 제 마음속에 남아 있어요.


“같은 곳에 묻히지 말고, 나는 화장하여 뿌려달라.”

그 말을 들었을 때

가슴 어딘가가 조용히 무너졌어요.


우리의 인연이

이번 생에서 여기까지인 걸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

내 마음의 불도 조금씩 꺼져갔던 것 같아요.


그래도 나는 여전히,

당신이 나의 사람이라는 믿음을

놓고 싶지 않아요.


우리의 마지막이

서로를 탓하는 끝이 아니라,

“그래도 우리는 사랑했지”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따뜻한 마무리이기를 바라요.


오늘,

이 조용한 고백이

당신의 마음에 무겁게 닿지 않기를.


내 마음 깊은 곳에서 흘러나온

하나의 음악처럼 들리기를 바래요.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늘 당신이

저녁 요리를 준비하면서 나에게 했던 말처럼

“여보~ 세상의 모든 음악 좀 틀어줘~~”



< 여보~, 우리도 드라마처럼 살아봅시다. >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 바람과 함께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도

꿋꿋이 사랑을 지켜낸 두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양관식과 오애순—두 인물은 단지 허구의 인물이 아니라,

우리가 되고 싶고, 되기를 바라는 삶의 모습이기도 해요.

그들의 삶에서 배울 수 있는, 행복한 부부생활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1. “말보다 행동, 우직함은 사랑의 뿌리다” — 양관식처럼

힘든 날에도 말없이 일어나 가족을 위해 일하고,

속상해도 결코 등을 돌리지 않는 우직함을 보여주는 양관식처럼

‘늘 같은 자리에서 함께 밥 먹는 일상’에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2. “믿음은 서로를 단단하게 잇는 끈이다” — 오애순처럼

오애순은 남편의 말없는 사랑을 알아보고,

그 속을 헤아리는 사람입니다.

때론 마음이 상해도, 실망할 때도

끝내 그 사람을 믿는 눈길을 거두지 않아요.

배우자의 가능성을 사랑해 주는 믿음은

가정을 따뜻하게 품는 벽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3. “함께 늙어갈 용기를 갖자” — 두 사람처럼

젊을 때만 사랑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함께 늙는다는 것은,

시간의 시험을 함께 통과하는 일이에요.


같이 늙겠다는 약속은

결혼식보다 더 깊은 언약이라고 생각합니다.


<폭싹 속았수다> 드라마를 보고 아내가 말했습니다.

"우리도 드라마처럼 살자"


아내의 말속에 담긴 소박한 바람처럼 함께 걷고, 함께 웃고, 함께 견뎌내는 삶을

오래도록 이어가시길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표지 그림 설명: 요리를 좋아하고 잘하는 아내는 외식보다는 집에서 요리해서 먹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리고 클래식을 좋아하는 아내가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오후 6시 <세상의 모든 음악>이다. 이 프로그램의 시그널은 “Tiger in the night”이다. TV를 보다가도 이 시간이 되면 클래식 음악을 듣고 요리하고 함께 식사하는 것이 우리 부부의 큰 즐거움이다. 클래식 음악채널을 이미지로 나타내기 위해 LP 턴테이블로 나타내었고 요리하는 장면의 아내를 그려달라고 AI에게 부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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