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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함께 하는 치매기억여행을 계획하며...

‘사랑, 사랑만이 해결책’

by 올제


어머니가 요양원에 가신 시기는 내가 브런치 스토리를 쓰기 시작한 시기와 비슷하다. 작년 7월 어머니가 계시는 아파트에 한 달간 엘리베이터 공사를 인해 어쩔 수 없이 함께 제주도 여행을 떠났고 제주 여행을 하는 동안 어머니의 건강상태를 정확하게 알게 되어 건강관리공단에 시설등급 신청을 했으며 8월에 요양원에 입소 허가를 받았다. 그리고 8월 6일 입소하셨다. 당시 나는 나의 심정을 글로 적었고 그 글을 브런치 스토리에 올려 3수 만에 브런치 스토리 작가로 등단하였다. 그래서 어머니와 브런치 스토리, 그리고 제주 여행은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고 서로 밀접한 연계를 맺고 있다.


우리 부부는 매주 수요일에는 창원수요문화대학 강연을 수강하러 창원에 간다. 오늘은 이경미 경남대학교 명예교수의 강의였는데 이경미 명예교수는 15년 동안이나 치매 어머니를 간병하고 있었으며, 어머니와 휠체어 여행을 다녔다는 강의내용에 공감을 하여 몰입하여 강의를 들었다.

< 세월은 참 빠르게 지나간다. 4년 전 제주도 여행 모습이다. 코로나가 막 끝나가던 시절 2021년에는 어머니가 걸을 수 있었다. >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로 알려진 이경미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일본에서 수학하고 열여섯 살에 미국으로 건너가 노스캐롤라이나 음악원, 뉴잉글랜드 음악원을 졸업했다.

세계적인 음악가인 이경미 교수는 유방암을 이겨낸 자신의 이야기와 70대 후반 후 터 찾아온 어머니의 치매증상을 15년 동안 수발하면서 어머니와의 기억 여행과 어머니를 간병해 오며 터득한 치매 환자 돌보기에 대한 꿀팁을 전해주는 시간이었다.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진솔한 강의였다.



< 치매의 3단계를 준비하며 나도 실행에 옮길 대응책을 준비를 해야겠다. >

이경미 교수는 치매에는 3단계가 있다고 한다. 첫 단계는 가족이 받아들이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시간이며 두 번째 단계는 치료하기 위해 방법을 찾는 단계이며 셋째 단계는 치매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치매 환자에 맞추어 동화되어 가는 단계라고 한다. 3단계가 되면 부모는 자식도 못 알아보고 딸인 이경미 교수를 어머니라고 부르는 단계로 진행되었으며 딸은 자연스럽게 엄마의 역할을 하여 모성애를 발휘하는 과정을 겪고 있었다.

이숙아~ 이숙아~ 아이 예뻐라. 누구 닮아서 이렇게 예쁘나~”

이경미 교수는 ‘엄마’라고 부르는 대신 ‘오이숙’ 이름 세 글자를 다정히 부르고, 지극정성으로 돌본다. 어머니의 모습을 찾지 않고 딸로 받아들이기까지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어머니에게 기저귀를 채우는 방법을 모색하여 가족들이 모여 치매 걸린 어머니를 설득하는 장면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야 야 요즘은 기저귀도 샤넬에서 만드는구나 야~ 샤넬에서 만들면 기저귀도 다르구나야, 이 샤넬 기저귀는 어머니 것이니 다른 사람들은 눈길도 주지 말라요~”하면서 이경미 교수는 구수한 평양 사투리로 말씀을 하신다.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휠체어를 타고 치매 기억 여행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장기기억으로 저장되어 추억으로 잘 소환해 내는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을 활용하여 어린 시절 추억의 장소로 여행을 다녔다. 옛날을 기억하는 어머니를 보며 오히려 이경미 교수가 삶의 원동력을 얻었다고 한다. 어릴 적 일본에서 잠시 자랐던 그녀는 어머니가 옛날을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본 도쿄에 있는 어머니가 좋아하던 백화점에 모시고 갔었고, 기억을 해내는 어머니를 보면서 본격적으로 함께 ‘추억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 2021년 미국에 사는 여동생이 어머니를 만나 보기 위해 한국 왔다가 제주 여행을 마치고 함께 코로나에 감염되어 어머니집에서 간병했던 기억이 난다. >

나의 어머니도 치매가 제법 진행 중이다. 오전에 했던 기억을 오후에 전혀 못 하시고 어머니의 친동생들도 못 알아보신다. 가깝게 지내던 친척들도 잘 못 알아보신다. 그래도 아직 3단계로 진행이 되지 않아서 자식들은 알아보신다. 난청이 심해 보청기를 해도 잘 못 들어 신다. 인공관절 수술을 두 번이나 한 어머니의 무릎은 협착증이 심해져서 걷기가 잘 안 된다. 어머니와 함께 추억여행을 갈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가끔 요양원에서 외식이라도 하고 오면 힘들어하시고 협착증이 다시 악화할까 봐서 조심스럽다.


<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치매 기억여행을 준비하면서 >


어머니에게 가장 큰 즐거움은 가족들을 만나고 추억이 서려 있는 장소로 여행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어머니와 함께하는 치매 기억여행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 정서적 치유와 소중한 추억을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다. 치매 어르신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면, 익숙한 장소, 편안한 환경, 그리고 추억을 자극할 수 있는 요소들이 중요하여 아래 장소를 대상으로 치매기억 여행계획을 세워본다.

1. 고향 또는 어머니의 젊은 시절 살았던 지역이다. 태어난 고향집, 결혼초기 살았던 시골집, 진주로 이사 와서 살았던 집, 그리고 요양원에 오시기 전에 살았던 집을 방문하려고 한다.

*효과: 과거 기억을 자극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포인트: 옛 동네, 초등학교, 시장, 절 등을 방문해 보려고 한다.

오래된 사진이나 물건을 가져가면 대화와 회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 같다.

2. 남해, 통영, 거제 등 바닷가이다.

*이유: 바닷소리와 향기는 정서적 안정을 주며, 젊은 시절 내가 살던 통영에 자주 방문한 경우가 많아서 자연스럽게 추억을 되살릴 것 같다.

3. 진주 근교 – 남사 한옥마을, 진주성과 촉석루이다.

*기억 자극: 전통문화와 옛 정취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어르신에게 친숙한 공간이다.

*문화 체험: 전통 찻집, 한복 체험, 민속박물관 등도 방문이 가능해서 적당한 여행지이다.


4. 경주와 전주한옥마을 등 전통마을이다.

역사적 장소가 많아 어르신들이 젊은 시절 수학여행이나 가족 여행으로 방문한 추억이 많을 수 있다.

불국사, 동궁과 월지, 첨성대 등 고즈넉한 분위기와 산책 코스가 많고, 휠체어 접근성도 꽤 좋은 편이다.


어릴 적 들었던 노래나 드라마 주제곡을 같이 틀어보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 사진 많이 찍어두고, 나중에 앨범 만들어 보면서 함께 회상하시면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의 기력이 된다면 기회가 된다면 일본 큰어머니가 계시는 일본과 제주도에도 가보고 싶다. 제주도 여행은 가장 최근에 갔던 곳이지만 12일간 여행에도 어머니는 전혀 기억을 못 하신다. 그러나 제주도여행에서는 가는 그곳마다 어머니는 너무 좋아하셨다. 기억을 해내지 못하시지만 행복해하는 표정을 보면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다만 치매 기억 여행을 하고 난 뒤 요양원 생활을 다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다소 걱정이 된다.


어머니와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치매기억여행이 성공적으로 잘 이루어질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고려해야 할 상황들이 아주 많다. 요양원에서 나와 무리하게 외출하고 난 뒤에 잘 관리되고 있던 협착증이 더 심해질 수도 있으며, 잦은 외출로 외부의 생활이 그리워져서 요양원 생활을 힘들어하실지도 걱정스럽고, 또한 낯선 화장실을 다니느라 넘어져서 자칫 요양원 생활을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생전 가장 큰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 싶은 마음으로 휠체어를 타고 여행하는 어머니의 치매 기억 여행을 다음 주 일요일부터 추진해보고자 한다.

이경미교수는 『엄마의 자장가』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모차르트는 ‘사랑, 사랑만이 천재를 만드는 지름길’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치매 부모를 돌보는 일은 ‘사랑, 사랑만이 해결책’ 임을 명심하고 자 한다.



표지사진 설명: 2021년 봄 어머니와 함께 세명의 자녀가 모였다. 택시기사가 우연히 알려준 제주 비밀의 숲이다. 젊은 사람들이 인생샷 찍으러 온다고 해서 찾아가서 우리 가족도 인생샷을 찍었다.


당시 우리 세명의 자녀는 여행을 하는 동안에 어머니를 케어하는 당번을 정해 제주여행을 다녔다. 어머니가 휠체어를 타지 않고 여행을 다닌 마지막 여행으로 기억된다. 걸어서 제 발로 움직일 수만 있어도 삶은 축복이다.


< 어머니와 함께 하는 치매여행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어머니에게 아주 익숙한 장소 촉석루에 들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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