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주. 태동의 시작
30분의 인터벌을 마치고 온 나와 오랜만에 운동을 한 아내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고소한 후라이드 치킨의 냄새였다. 평소였다면 가위바위보를 하거나 서로의 핑계를 대며 배달을 시키네, 안시키네 열띤 토론을 펼쳤을 우리에게 새로운 의사결정 창구가 생겼다. 바로 겨울이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다.
두 손을 포개어 아내의 배에 올려놓고, 오늘의 결정에 대해 사전 안내를 해주었다.
"겨울아, 치킨이 먹고 싶으면 발차기를 한 번 해줘."
답을 주지않는 겨울이에게 아내는 질문이 잘못 되었다며, 다시 질문을 건넸다.
"겨울아, 000 후라이드 치킨이 먹고 싶어?"
겨울이는 두번의 질문에 침묵을 지켰고, 우리의 건강도 지킬 수 있었다.
다소 웃기지만 소소한 상황들을 이제는 셋이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연휴에 다녀온 남해 여행에서도 우리는 겨울이에게 다음에 꼭 같이 와서 수영을 하자고 말을 건넸고,
돼지국밥이나 소고기를 먹을 때마다 아내는 겨울이의 입맛을 확인한다.
"엄마 음식 골고루 잘 먹고 있어. 겨울이도 맛있니?"
자기 전, 튼살크림을 바르고 오늘 하루의 기분과 일상을, 내일의 일과를 겨울이에게 이야기해주면 마치 겨울이가 벌써 함께 살고 있는 것만 같다.
나의 작은 세상인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육아용품과 주수별 해야할 일 체크리스트로 가득찬 걸 보니, 나의 세상도 곧 겨울이와 아내로 가득찰 것 같다.
가을 햇살의 따스함과 황금빛으로 너울거리는 바깥 풍경처럼 우리의 일상도 가을을 지나 겨울이에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