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 3일, 말복과 입추
어제는 거실 쇼파에 누워 잠이 들었고, 오늘은 저녁동안 에어컨을 틀지 않았다.
창문을 열었을 때, 얼굴에 닿는 뜨거움과 습함은 없고, 제법 쌀쌀하다고 할 수 있는 바람이 들어온다.
비냄새가 나는 집의 공기가 제법 낯선 8월 9일이다.
올 여름은 무척이나 더웠다. 겨울이가 찾아온 여름을 잊지 못하게, 사상 최고의 더위라는 타이틀이 뉴스를 매일 뒤덮는다. 더위를 많이 타는 나에게는 물론 힘든 여름이었고, 두명의 더위를 감당해야하는 아내애게는 걱정의 여름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2025년 여름의 마지막 진료였다.
오늘은 오전에 여유롭게 병원을 들렸고, 지난번 어지러움에 대해 의사선생님과 가벼운 이야기를 나눴다. 어지러우면 머리를 감싸쥐고 앉는게 방법이라는데, 내가 옆에 없을때 할 수 있는 선택지가 그것뿐이라니 안심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겨울이는 오늘 손을 번쩍 들어주었다. 아내가 낮잠을 잘 때 자세와 너무나 비슷해서 온 가족(겨울이 이모)이 같은 사진을 찾느라 하루를 다 보냈다. 심장도 여전히 세차게 뛰고 있었고, 벌써 6cm까지 키가 컸고, 몸을 조금 꿈틀거리기도 했다. 그리고 초음파상으로 기형아 걱정은 없다고 하셨다. 우리의 걱정과 다르게 겨울이는 하루하루 잘 크고 있다. 다음 병원을 갈 때면, 겨울이의 성별을 알 수 있고, 겨울이가 건강하게 태어날지도 어느정도는 알아볼 수 있다.
바람의 온도가 바뀌어 불어옴과 밥보다 면을 좋아하게 된 아내의 모습과 겨울이 아버지라는 나의 직책이 낯선 8월의 말복. 낯선 모습들과 낯선 온도가 집안에 가득 채워지며 겨울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