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릭 마인드
이해찬 회고록은 독특하다.
이 책에서는 '내가 @@를 성공시켰지',
'내가 XX를 미리 알고 만들었지'같은 자뻑스토리가 전혀등장하지 않는다.
(회사에는 이런 사람들이 징글징글하게 많다)
이분 이력이 별로 없냐. 놉.
7선국회의원, 서울시정무부시장, 교육부장관(BK21을 만든장본인),
국무총리, 당대표..아후.
해왔던 일들도 어마어마 하다.
안기부특활비적발, 안면도방폐장비밀행정폭로(+처리장부지확정), 서울시행정3개년계획수립(이런게 전혀 없을때다), 교원정년단축, 대학입시개혁, BK21, 사립대분규해결, 용산미국기지이전, 한미FTA협상타결...
이 일들만 나열해도 한국현대사다.
그런데 이책은 '회고록'을 빙자한 수많은 자뻑자서전에 등장하는
그 흔한 '내가..'이런 웅장한 표현은 등장하지 않는다.
사람은 육체적, 정신적 고난이 닥치면
그 고통의 크기에 비례해 자신에게 의미부여를 한다.
그래야 그 고통을 감내할수있는 것이리라.
이 과정은 자연스럽게 '자뻑'의 과정을 낳는다.
'자신만이 그 역사적 책무'를 견디는 힘을 가진
수퍼히어로라 과잉의미부여로 이어지면서
수퍼자기중심성이 눈을 가린다.
(이런 사람들 정치인들 중에는 부지기수다)
이 대목에서 이해찬은 전혀 다르다.
항상 담백하게 자신을 위치시킨다. '내가'가 아니라,
상황과 역사에서 나에게 부여한 '역할'이 무엇인가를 찾고,
정확하게 그 역할을 수행한다.
(이쯤되면 사적욕망에서 해탈한 종교인같은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그 수많은 욕망이 들끓는 쟁투의 한복판에서 합의를 이끌어간다.
그리고, 이해찬으로 하여금 그 역할을 수행하게 하는 중심에
위치한 것이 있다.
'퍼블릭 마인드'
이 퍼블릭 마인드는 이해찬으로 하여금,
대중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는 관점으로 이끈다.
7선의원은 그냥되는게 아니다.
경쟁이 되지 않는 판에서도
정확하게 대중의 심리를 파악하고 데이터로 판세를 분석한다.
70대의 노구에도 당대의 한국사회가 양극화가 극명하게 나뉘는 판세를 읽는다. 냉철하고 동시에 유연하다.
유시민작가가 책의 말미에 이것을 잘 표현한 말이 있다.
'가치는 역사에서 배우고 방법은 현실에서 찾는다'
자신의 정체성을 강조하면서 현실이야 어떻든 교조적인 입장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거다.
데이터를 읽고 뭔가를 분석하는 나는,
과연 퍼블릭 마인드가 있는가. 돌아보고, 자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