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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죽더라도

by 예일맨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나보다 두 살이 많은 사촌 형이 심장 문제로 갑자기 사망했다는 것이다. 어릴 때 이후로 왕래가 거의 없었던 터라 어떻게 지내는지 알지도 못하는 사이가 되었지만 초등학생 때 함께 놀던 기억은 아직도 남아 있다.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아주 가까이에 있는 지인의 남편은 삼십 대 중반, 더 젊은 나이에 결혼한 지 일 년여 만에 비슷한 이유로 세상을 떠났다. 실컷 공부하고 사회에 나와 꽃을 제대로 피워보기도 전에 저버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면 입에서 자동 반사적으로 나오는 말들이 있다. '인생 참 덧없다' '건강이 최고다' '죽으면 아무것도 아닌 삶 욕심 버리고 만족하며 살자' 등 스트레스를 견디며 치열하게 사는 삶에 대한 비슷한 뉘앙스의 자조들이다.


반면, 이런 생각들을 경계해야 한다는 내면의 채찍질도 뒤따른다. 100세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온 지금, 잘 관리하면 80까지도 일할 수 있다고는 하나, 그래도 노후에 고생 안 하고 자식들에게 부담 주지 않으려면 지금 잘 준비해놓아야 한다는…


지금의 상황에 만족한다는 것은 곧 안주한다는 것이고, 결국 곧 도태될지 모른다는 압박감에… 그러면 안 되지, 고개를 절레절레, 양손으로 얼굴을 찰싹 때리며 정신 차려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잡으려 노력한다.


지나치게 자신을 혹사시키며, 힘들어도 에너지를 쥐어짜 내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삶은 물론 바람직하다 할 수 없을 것이다. 반대로 지금 현실에 안주하여 아무런 목표도 세우지 않고 마치 죽은 것처럼 사는 것도 참 멋없는 삶이다.


결국에는 중용(中庸)이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균형 잡힌 삶. 말은 쉽지만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점점 더 잘 알게 된다. 스스로 적당한 선을 지키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내가 하고 싶어도 상황과 환경이 따라주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요즘 스스로에게 많이 하는 말이 있다. '다시 오지 않는 오늘, 지금을 나에게 있어 최고의 오늘, 지금으로 만들자'이다. 일에 몰입하여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는 것, 가족들에게 사랑을 아낌없이 표현하는 것, 하루를 잘 보낸 나에게 완전한 쉼을 주는 것 등이 내가 실천하려고 하는 것들이다.


오늘 밤, 자다가 갑자기 죽더라도 이런저런 후회와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오늘 하루를 최선을 다해 보내고 싶다. 지금 이 순간을 가장 가치 있고 기쁜 순간으로 충분히 만끽하며 살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보낸 삶에 보람을 느끼며 눈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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