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고양이 한 마리가 왔습니다. 하악질과 함께 무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사정없이 냥냥 펀치를 날리는 그런 사나운 고양이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채혈을 하고 수액을 줘야 하는데 당최 라인이 없습니다(혈관에 카테터를 삽입해야 하는데 혈관 찾기가 아주 어려운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3년 차 선생님이 라인 잡으려다 도저히 안 돼서 원장님께서 바통을 넘겨주었습니다. 앞다리, 뒷다리 털도 밀고 힘껏 팔을 눌러 최대한 혈관을 노장해도 붉은빛은 눈에 띄지도 않습니다.
장시간의 시도 끝에 결국 채혈도 하고 카테터도 넣었습니다. 원장님도 모두가 보는 앞에서 진땀을 빼시더니 겨우 성공하고는 한 마디 하십니다.
"와… 다행이다. 나 식은땀 나…"
라인 잘 잡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원장님을 곤경에 빠뜨렸던 그 고양이가 다시 온 것입니다. 역시 또 전과 동일하게 수의사를 힘들게 합니다. 한 사람, 두 사람을 거쳐 세 번째 수의사에게로 넘어갑니다.
이번에도 역시 겨우겨우 하긴 했습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피는 나온다'라고 누군가 저에게 말했던 것 같은데, 정말로 포기하지 않은 수의사가 기어이 그 일을 해냈습니다.
모두가 하루에도 수 차례 혈액을 뽑고 라인을 잡는 수의사들입니다. 눈 감고도 하진 못하지만 털에 뒤덮여 있어도 손가락 끝의 감각만으로 혈관을 찾아 정확히 바늘을 찔러 넣는 달인들입니다.
그런데도 가끔 이런 일이 생깁니다. 수백, 수천 번을 해본 일이지만 잘 안될 때도 있습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수 있고, 너무 미끄러워서 오르지 못할 나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이 겸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완벽이란 것은 없습니다. 아무리 능숙한 전문가라도 실수할 수 있고, 자신의 능력을 벗어난 무언가를 갑자기 만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하면 안 됩니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나, 거기에서 멈춰버리면 딱 거기까지인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계속 부딪히다 보면 결국 해낼 수 있습니다.
"피가 안 나온다고 몇 번 해보다가 바늘을 빼버린 일은 없나요?"
빼지 말고 계속 넣고 찌르세요. 그러다 보면 결국 주사기 안으로 붉은 성공이 모여드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