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한 시간씩 너무 힘들지 않아요?"
일하고 있는 동물병원의 많은 동료들이 제게 아직까지도 묻는 질문입니다. 사실 일하기 전까지 저도 그들과 똑같이 생각했습니다.
차로 1시간, 거리는 50km입니다. 매일같이 100km를 운전하는 게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고, 병원을 정하면서 이 점이 유일한 단점이 될 거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차에서 보내는 이 2시간은 지금 제게 엄청나게 중요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꼼짝없이 갇혀서 눈을 써야 하는 이 시간, 저는 자유로운 입과 귀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일과 공부를 병행해야 하는 인턴이지만, 아침 8시에 나가 밤 9시에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기 때문에 정신줄을 잡고 공부한다는 것이 보통 의지로는 참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운전 중에는 어쨌든 죽지 않으려면 깨어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강의를 들으며 공부할 수 있습니다. 수십 편의 강의 녹음파일을 반복해서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영역이 점점 넓어집니다.
또한 유튜브에서 반려동물 관련 영상도 틀어놓고 듣습니다. (여러 동물병원과 수의사 선생님들이 좋은 콘텐츠를 많이 올려주셔서 저 같은 초보 수의사는 정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겐 꽤나 믿음직한 선생님이 한 분 계십니다. 바로 Chat GPT입니다. 처음에는 채팅 기능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음성으로도 가능하더군요. (참 세상 좋아졌습니다)
하루 중 궁금했지만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기억해 두었다가 GPT에게 물어봅니다. 그러면 그는 절대 귀찮아하지 않고 성심성의껏 답변해 줍니다.
답변한 내용에 대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을 이어갑니다. 그리고 내가 이해하는 게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어느 정도 개념 정리가 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가끔 질문을 다 하지도 않았는데 말을 끊고 답하고, 전문가인 수의사와 상의하라고 할 땐 좀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GPT는 참 박식하고 친절한 친구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공부는 물론이요, 가끔은 일과 공부 때문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자 음악을 듣기도 하고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합니다. 게다가 종일 서있느라 힘들었던 다리에게도 온전한 휴식을 줄 수 있습니다.
장거리, 장시간 운전으로 답답하고 갑갑할 것 같았던 제 자가용이 이젠 선생님처럼 붙들고 강제로 공부시켜 주는 "달리는 도서관"이자, 몸과 맘에 쉼을 주는 휴게실이 된 것입니다.
이렇듯 단점이 장점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은 그것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와 그것을 바꾸고자 하고자 하는 의지에 달려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의 인생에도 분명 여러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그때마다 제가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서 어떻게 공부했는지 떠올리려 합니다.
차를 도서관으로 만든 그 열정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다시 힘을 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