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핑 돌던 날

목이 메던 어느 저녁 날의 기록

by 단지


살다보면 불현듯 울컥하는 순간들이 있다. 나의 경우, 주로 자기연민과 같은 감정에 빠져 서글퍼지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하지만 이 중 타인에게 감동을 느끼고 마음에 온기를 느끼는 건 다소 드문 편인데 오랜만에 그 감동을 느껴 글로 이를 기억해보고자 한다. (당일 글을 쓰다 나태지옥에 빠져 뒤늦게 올리는 것은 함정이지만)

문과 도비인(a. k. a 대학원생) 나는 아무래도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다. 따라서 바쁘다는 핑계 아래 가볍게 그리고 대충 끼니를 떼울 때가 꽤 된다. 하지만 밀가루에 질릴 즈음 그렇게 ‘밥’이 먹고 싶어진다. 그러다 우연히 찾게된 곳이 ‘청년밥상문간’이다. 집에서 멀지 않고, 싸고 든든하고 맛있다는 평들이 많아 찾아가보게 되었다.


1인분에 3,000원이라는 말이 안되는 가격을 보고 사리, 두부를 추가하고 앉아 말 없이 열심히 먹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한국인에게 없어서 안될 김치와 넉넉히 들어간 고기 그리고 시원한 국물이 집밥과 같이 좋았다. (지금 다시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때의 따뜻하게 배부르던 저녁날이 생각난다.)


카운터 옆자리에서 허겁지겁 먹던 나는 옆 눈으로 어느 노부부가 계산과 함께 50만원을 후원하는 것을 보았다. 일단 일차적으로 그 모습에 감동하였다. 한 자리에서 50만원의 기부라.. 불현듯 나도 저런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같았으면 어른이 되고도 남았을 나이인데 (이전 작성한 서른 즈음에 글 참고- https://brunch.co.kr/@8a409dd8df5c47f/13) 참된 어른으로 커가고 있는건지 다시금 생각이 많아졌다.


결국 몸과 마음이 가난한(?) 나는 앞선 분들의 은혜를 입었다. 계산할 때, “마지막 후원금으로 식사비 처리가 되셨으니 그냥 가셔도 됩니다.” 라는 말을 기어코 들었다. 민망하기도 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어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그렇게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밖을 나서니 ‘행복하여라’와 함께 구비된 땅콩 카라멜, 마스크 등의 기부 물품이 눈에 띄었다. 그렇게 저 문구를 보고 왠지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최근에 스스로에게도 주변 사람에게도 행복이라는 가치를 상기시키지 못했기에 생경한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인색하기 짝이 없는 스스로와 대비도 되고,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많은 청년들에게 행복할 권리를 상기시키는 식당이라니 - 신선한 충격이었다. 각박해져만가는 이 시대에 청년들이 밥을 굶지 않고 ‘안과 밖 사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식당을 만들고자 하셨다는 이문수 신부님. 신부님과 그 분의 뜻에 마음을 같이 한 분들 덕에 정말 오랜만에 마음에 단비가 내렸다.



그리고 며칠 뒤, 어머니 연배의 편의점에서 알바하시던 분께 갑작스럽게 귀여운 귤 두 개도 받았었다. 집으로 돌아와 달달하고 귀여운 까먹으며, 나이가 들었는지(?) 눈물이 또 울컥했다.




나도 멀지 않은 미래에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로 다가가고 싶다. 최소한 내가 받은 것들을 기억하고 그만큼이라도 흘려보낼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이런 감동은 또 곧 잊히겠지?' 싶어 2022년 초 추웠지만 따뜻했던 겨울을 이렇게 글로나마 남겨본다.








작가의 이전글이별내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