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즈음에

and.... You're not your age (ft. 에린 헨슨)

by 단지

서른이 되었다.


어렸을 적, 막연히 30살쯤 되면 완전에 가까운 ‘어른’의 삶을 살겠거니 상상했었는데.....

미완 투성이인 어느날 새벽, 서른이 불쑥 찾아왔다.


서른살을 뜻하는 이립(而立); 논어에서 공자가 30세가 되어서 학문의 기초가 확립되었음을 스스로 경험으로 고백한 데서 유래된 용어다. 즉, 서른 즈음에 사회 그리고 도덕 위에 확고하게 서게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새해의 두근거림이 사라질 즈음이 된 밤, 나는 스스로 어디에 서있으며, 온전히 서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인지 자문해본다. 근 몇 년동안 시간을 내어 열심히 읽고 쓰고 싶었는데, 유투브 등 소모적인 것에 기웃거리기나 한 20대가 아니었나 후회가 남는다.


에릭 헨슨의 #아닌것 이라는 시를 떠올리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다시 한 번 고민해본다. 'You’re not your age.' 라는 구절을 보면 사실 나이란 무한한 시간의 흐름을 그나마 덜 추상적이게 구분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되려 나는 내가 읽은 책들의 합이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내가 집으로 부르는 것들 그 자체이다.


시를 읽으니 이제 이립(而立)을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할지 명확해진다.

앞으로 난 많이 읽어 사고를 넓히고, 온전히 현재를 살며 내 소중한 사람들을 잊지않고 사랑해야 할 것이다.


22년 1월의 말미에 분주함을 내려놓고, 어떤 것에도 미혹되지 않는 불혹(不惑)의 40세를 향해 가는 첫 발걸음을 떼본다. 부디 마흔의 나이가 되어서는 모든 방면에서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있길, 그리고 언제나 더 나아지는 것을 지향하는 사람이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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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것


- 에릭 헨슨(류시화 옮김)


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이 입는 옷의 크기도

몸무게나 머리 색깔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의 이름도

두 뺨의 보조개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당신이 읽은 모든 책이고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이다


당신은 아침의 잠긴 목소리이고

당신이 미처 감추지 못한 미소이다

당신은 당신 웃음 속의 사랑스러움이고

당신이 흘린 모든 눈물이다


당신이 철저히 혼자라는 걸 알 때

당신이 목청껏 부르는 노래

당신이 여행한 장소들

당신이 안식처라고 부르는 곳이 당신이다


당신은 당신이 믿는 것들이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며

당신 벽에 걸린 사진들이고

당신이 꿈꾸는 미래이다


당신은 많은 아름다운 것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당신이 잊은 것 같다

당신 아닌 그 모든 것들로

자신을 정의하기로 결정하는 순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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