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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부세모 Mar 22. 2024

제목 없음

24.03.22

지치고 지긋지긋한 하루였다.

수업이 늦게 끝나 예매해 놨던 ktx를 취소하고 5시쯤의 기차 입석을 겨우 잡았다. 금요일이었다.

대전역에 도착하니 금요일 성심당의 줄은 길었다. 오늘 나의 크리틱도 내가 지칠 만큼 길었는데 학생들에게 잘 전달됐을까?

튀김소보로는 못 샀지만 오늘 저녁에 먹을 소시지빵과 소금빵을 사고

2층에 올라가 튀김우동을 아니 어묵우동을 먹었다. 딱딱하고 질긴 어묵이었지만 허기져서 습관적으로 먹고 마셨다.

허기짐에 배를 우려고 맛없는 끼니를 먹어야 하는 일은 너무 싫다. 하지만  자주 있는 일이다.

3월 10일부터 밥일지를 쓰고 있다. 간단하지만 식사를 통해 하루 일과가 보인다. 누구를 만났는지, 뭘 먹었는지, 술은 마셨는지, 얼마나 바빴는지, 요리는 했는지 뭐 등등

지난 금요일부터 어제 목요일까지 지난 한 주 좋아하는 여러 사람들과 저녁을 함께 했다.

다음 주 여유를 끌어다 썼다…



기차에 자리 없이 가보는 건 대학교2학년쯤 친구들과 엠티 갔을 적 이후 처음이다. 그때는 즐거웠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버텨보는 것이다.

좌석에 앉지 못하는 건 서있음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옆에 나있는 창이 없어 풍경을 경험하지 못한 다는 것이고 기차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공간이동을 느끼지 못한 채로 시간에 실려 갈 뿐이다. 모르는 타인들과 함께.

팟캐스트를 켜고 // 영화 속 클래식// 거미집, 괴인, 너와 나 당나귀 EO, 바비를 듣는다. 이주 동안 스무 번 정도 들었다.

끝날 때쯤 서울에 도착했다.

다른 팟캐스트로 넘어간다. 늘 말하지만 황정은 님의 팬으로 늘 듣는 것도 사실 거의 이거 하나고 어떤 에피소드는 반복해 듣기도 하는 데

처음으로 처음으로 지긋지긋했다. 정확히는 이 소재가 나에게 지긋지긋했다.  집과 이사와 월세와 전세와 거주와 이동과 나의 집과 남의 집 따위의 인생에서 반복되는 부분들.

서울엔 비가 온다. 애써 보지 않지만 비에게 지쳐 지긋지긋할 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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