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5.24
밤을 새우고 부산 가는 길
이상하다.
나의 첫 맥모닝은 스물두 살 여름, 서울에 올라온 아빠가 뱉는 고지식한 말들에게서 도망친 날 아침 서울역에서였다.
그날 흘러가는 분위기에 어울릴 만하게 맛이 드럽게 없었고
한참이 흘러 출근 생활을 하면서야 맥모닝의 진정한 맛에 빠질 수 있었다.
그러다 또 한참 잊고 살았던 맥도날드, 몇 년 만에 홀린 듯이 맥플러리를 사 먹으러 들어갔다가 비현실적인 세상 같아서 놀랐다. 이게 현실인데 현실에 놀라는 자신에게도 실제로 놀라웠다.
열대쯤 줄줄이 놓인 키오스크 앞에 사람들이 줄지었고 카운터와 주방은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는 데, 나는, 진짜 나는 분명 일주일도 채 못 채우고 짤릴 것만 같은 속도다.
맥플러리엔 감자후라인데, 엄청난 속도에 압도당해서 나도 모르게 치킨너겟을 주문하고 내 번호가 뜰 때까지 아무 사람 옆에서 따라 기다렸다.
번호판의 번호는 수시로 바뀌고 번호만 부르는 분도 쉴 새 없이 부른다. 역시 엄청난 속도로 주문을 처낸다. 내 앞 스무 번호 정도가 5분 만에 끝났다.
대단한 사람들을 뒤로하고 기차를 타러 가며 자리를 확인했다.
코레일 이놈들 예약할 때 자리 지정 안 하면 맨날 1,2호 17,18호 차만 배정해 줘서 짜증 나기 때문에 예약하면서 꼭 자리 지정하는 데,, 1호차다. 그래도 깜빡한 자신보단 코레일을 열심히 비난하며 1호차까지 영혼없이 갔다.
1호차엔 나 빼고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로 꽉 차서 이상했다.
고유한 각국의 냄새들과 프랜차이즈 치킨너겟 냄새와 내 인중 냄새가 섞여 난감한 곳을 여행하는 것만 같았고, 맑지 않은 정신이 꿈으로 불렀다.
업무를 보고 해운대에서 새언니를 만났다.
만난 이후의 이야기, 요약하자면 해운대의 번화가는 지루하지만 좋다 정도의 이야기는 어디에 있고, 나의 짧은 글과 이상한 사진과 의미 없는 영상은 어디에 남기고 또 남길 수 없어 어디로 흘러가버리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