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10월 둘째 주
2024.10.13 일
마침 10시 13분. 유튜브를 틀어놓고 한주를 마무리하려는 데 연관 영상이 온통 한강이다.
한강 효과 감개무량이다! 이 글들을 많은 사람들이 읽게 된다니, 내가 쓰지도 않았는데도 이렇게 기쁠 수가 있을까.
일요일 아침, 샌드위치를 해 먹기 위해 살구랑 함께 두레와 봉교에 들러 장을 봤다.
시작은 호기로웠으나 칼질 세 번 만에 양파 대신 오른 엄지 살을 두께 2mm 길이 5mm 정도 썰었다.
라고 쓰면서도 으으ㄱ 으ㄱ으 몸서리가 끼친다.
칼에 베이자마자 고통이 찾아오진 않고 처음엔 놀라움, 그다음은 붉은 피.
나는 좀처럼 접할 수 없는 맑고 투명한 핏방울 색감에 홀려 피가 봉긋이 부풀어 흘러내릴 때까지 바라보다가, 아픔보다 피가 더 많이 넘쳐서야 흐르는 물에 피를 씻겨냈다.
속살이 드러났고 속살보다도 새하얗게 쓰라렸다.
2024.10.12 토
아침
살구가 냄새를 맡을 때마다 움켜쥐는 하얀 두 앞발, 아가손 같은 게 사뭇 진지해 보여서 웃기고 귀엽다.
때론 내가 컵을 잡을 때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왼새끼손가락처럼
오른발을 땅에서 살며시 땐 채로 냄새를 맡기도 하는 데 그 모습이 ‘킁킁, 이것 무슨 냄새지? 킁킁 모르겠는데? 킁킁킁‘ 호기심쟁이 같아 역시 귀엽다.
오후와 밤
노원과 후암과 해방촌을 쏘다녔다.
이국적인 음식들 사이에서 애호박찌개와 두루치기를 먹었다. 술은 마시지 않았다.
친구가 한강 작가의 인터뷰를 보았는 데 차분한 모습 사이사이(뭔가 더 말했는 데 기억나지 않고 ‘맹’만 남아버려서)
맹한 웃음? 모습? 이 나랑 닮았다고 했다. 이러나저러나 대세로 영광이지만, 맹한게 뭘까 궁금해
자기전에 인터뷰를 찾아봤다.
또 밤
살구와 밤산책을 마친 뒤, 익명이명 쓸 수 있지만 익명일 수 없어 쓸 수 없는 일이 멍하니 있었다.
2024.10.11 금 -10.10목
목요일 밤 한강작가의 노벨상 소식에 기쁘고 설레어서 트위터를 시작해 버렸다.
한강작가의 책을 읽고 나면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을 직면할 용기가 없어 지금까지 겨우 세 권-그래도 연약한 마음 한 켠에 품어두었다는 이유만으로 팬이라고 해도 된다면 팬이라서.. 특별한 날을 기념하느라 또 기쁨을 새벽까지 함께 나누느라 평소보다 아주아주 늦게 흐뭇한 기분을 이불 삼아 잠들었다.
하, 늘 내 책장엔 있어야 할 책이 있거나 없고, 없어도 될 책은 있기 마련이다.
나보다 살구를 보고싶어한게 눈에 보이는 누렁이를 누렁이 회사 앞에서 만나
성산커피클럽에서 살구는 물을 우리는 커피를 마신 뒤 내 사무실에 잠시 들렸다.
저녁에는 심다를 연남동에서 만났다. 친구가 가고 친구가 오는 사이 심한 두통이 왔다.
물론 심다가 뻥 찼지만.
친구를 만나는 일이란 ..
//요즘 많은 단어를 잃고 언어도 잃은 것 같아서 생략//
2024.10.09 수
밤,
발밤발밤 -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걷는 모양
유의어 발맘발맘 - 한 발씩 또는 한 걸음씩 길이나 거리를 가늠하며 걷는 모양
살구씨, 발밤발밤 걸어볼까요
저녁, 선감학원 생존자 기사를 보고 인간의 배타적청결성과 폭력에 화가 났다. 요새 화가 많다.
깨끗함은 뭐고, 건전한 사회를 만든다는 건 뭔지 다들 제발 생각 좀 하고 의심 좀 하고 또 생각 좀 하고 행동하자…
오후, 만나는 친구를 동쪽 동네에서 만났다. 오래된 나무가 많고 오래된 집이 많은 동네와 오래된 나무가 높이 있고 낮은 곳엔 대로와 대단지 아파트가 있는 동네 두 군데를 걸었다.
여전히 나에겐 동쪽은 미스터리, 한강의 남쪽은 도리도리.
2024.10.08 화
점심에 미역전도자가 끓여주는 미역국을 먹었다.
미역을 먹으니 진짜 피가 맑아져서
퇴근 후 집에서 또 미역국을 끓여 먹었다.
맛은 전도자님이 우월했지만요.
2024.10.07 월
수업. 생리통과 두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