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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부세모 Oct 26. 2024

널브러질 마음으로

2024.10.26

아침에 살구와 작업실에 가는 길.

키다리 빵집 앞 가로수를 안아 살구를 묶어놓고 샌드위치 하나를 샀다.

커피를 내리고 샌드위치 반쪽을 씹다가 그냥 집에 왔다.

‘다른 사람이 애써 만든 것으로 내 삶을 구하기 위해(황정은의 일기 중)’

상황과 이야기,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전부 취소, 다른 방식으로 듣기와 시사인을

여러 차례 들었다 놨다.

책을 펼치고 덮기를 반복했을 뿐이다.

 

낙관주의자가 되는 일은 나에게 가능하지 않았지만

내가 보지 못한 걸 다른 사람들을 통해 본다던 이토도요의 마음만은 나도 터득한 줄 알았다.

하트 모양을 띈 오물풍선은 어느새 낙하지점도 자기들이 의도하는 대로 보내고 있다고 하는데

하트는 heart-심장을 뜻해서, 마음에서 사랑, 열정, 체력들을 표현하는 데

나의 하트는 그냥 이모지- 심지어 오물도 없고 낙하지점도 없다.

목표점 없는 산책을 하기 위해 오늘도 살구 가슴줄을 맨다.

15,206 걸음 - 거리로는 10.4 킬로미터.

같이 사는 멍멍이가 없었다면 널브러질 때까지 걷고 또 걷고 싶었지만

우리는 우리가 함께 머무는 장소로 돌아와야만 했다.

살구는 우리 냄새가 밴 이불에 파묻혀 잠을 자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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