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는 일은 안 하고 딴짓을 합니다 -4
하늘을 나는 새에게 도시는 평등할까. 그들은 인간이 만든 큰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위험을 무릅쓴 채 비행한다. 부유한 지역일수록 어린이 교통사고율이 낮다는 기사를 봤다. 거주환경이 더 좋기 때문이었다. 이번 팬데믹에는, 보이지 않던 사회적 약자들이 표면으로 드러났다. 올림픽에서 육상과 수영처럼 익숙한 스포츠만 보다가 근대 5종 같은 생소한 스포츠를 만난 느낌이었다. 세상에 이런 종목도 있었구나! 낯선 근대 5종에도 드라마가 가득 차 있었다. 그 운동을 접할 기회가 없었기에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우연히 처음 알게 됐을 뿐이었다.
몇 달 전, 지정 성별과 스스로 인식하는 성별이 다른 사람들의 경우에는 공공장소에서 남녀 화장실을 쓰기 어렵다는 기사를 읽었다. 헤아리지 못했던 마음이 부끄러웠다. 공중화장실은 요구에 맞춰 충분히 변했다고 여겼다. 여성들은 공공장소에 남자화장실만 있던 시대와 투쟁해서 ‘공중 여자화장실’이란 신기록을 획득했다.
하지만 면적이 남자용이 훨씬 컸으므로, 다음에는 면적을 동일하게 만들며 신기록을 세웠다. 후에는 변기 수를 맞추며, 나중에는 이용시간에 따라 남녀 화장실 크기를 조정하는 등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기록을 경신했다. 건물을 설계할 때 용도에 따라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할 때가 있다. 기준에 맞춰 남녀 화장실에 각 장애인 화장실을 설치하면 된다. 나에겐 이것이 화장실 설계의 종착점이었지만 사실은 다시 깨질 신기록이었던 것이다.
올림픽 신기록처럼 깨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우리가 믿고 있는) 평등이란 상태도 결국 경신된다. 이처럼 일상에서 우리가 공정하다고 믿는 상황 대부분에는 여전히 숨겨진 차별이 있을지도 모른다. 평등도 신기록도 그냥 얻을 수 없다는 사실만 알 수 있다. 문제를 알아차린다면! 완벽한 평등이란 존재는 없고 방향성만 있다면!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바뀌거나 예상과 달리 빨리 쟁취할 수도 있다.
으레 그렇듯 그것을 이뤘을 때 올림픽을 즐기는 우리들은 기뻐하고 놀라워할 것이다.
신기록을 세우지 못했다면 노력한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환호하고 박수칠 것이다. 올해 올림픽에서 특히 도드라졌다. 4등에게도 꼴찌에게도. 스포츠맨십을 잃지 않고 묵묵히 경기한 멋있는 당신들에게.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성별, 나이, 장애, 언어 등으로 제약을 받지 않도록 설계를 하는 것.
<이 글은 은유글쓰기 모임에서 평등에 대해 썼던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