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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잡글

2025.05.15

소화 불량

by 두부세모

1.

수업 대여섯시간을 쉬지 않고 끝낸 뒤, 택시에 몸을 던진다.

역에 도착해 기차 시간이 남을 때면, 성심당에서 빵을 노동한 시간만큼 가득 산다. 꼭 사는 건 고로케 -

기차를 기다리며 고로케를 우걱. 다음 빵을 우걱우억. 세 번째 빵을 욱여넣고, 한숨을 크게 쉰다.

당이 온몸에 돈다.

네 번째 빵은 두 입 맛만 보고 , 다섯 번째 빵은 한 입 맛만 보고 넣는다.

배가 빵빵해질수록 느끼한 맛만 입 안에 가득하다.


2.

불렛저널이란 신세계.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거야.


3.

집에 돌아와 잠시 뉴스를 시청했다.

나경원이 티비에 나오면 나다움을 부정당했던 기억이 저절로 따라온다.

싫다는 말을 한 게 싫다는 말로부터 정말 도망쳤다 싶다가도 덥썩 잡힌다.

사과도 받지 못한 채 남은 사건은 아니 사건들은 몸을 쪼그라들게 만든다.

소화기관을 압박해서 음식물을 전부 게워낼 것만 같다.

아마도 어제 독서모임을 했던 책, 밀레니얼의 마음의 영향도 있을 터

시간에 쫓겨 읽은 탓에 이야기를 정리하지 못해 겉핧기 말만 해버리고 와서

침대 위에서 책 사이사이 끄적여 놓은 글들을 다시 들춘다.

편견의 커튼을 걷다가 치기를 반복하며, 공감과 의아함과 이해와 그럼에도 사이에서 어딘가를 거닐며 읽었다.

주인없던 틀이었으니 그대로 두고 나와, 바깥에서 뒹굴어요.

다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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