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의 단편들 1
헤르만 헤세 지음
독일계 스위스인 시인이자 소설가. 신학교를 자퇴하고, 자살을 기도하고, 시계공장의 수습공, 서점의 수습 점원을 거치는 등 젊은 날을 방황하며 고뇌에 찬 시간을 보냈다. 스물한 살에 첫 번째 시집 『낭만의 노래』를 출간한 이후 『데미안』, 『유리알 유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싯다르타』 등 오늘날까지 전 세계의 수많은 독자로부터 아낌없이 사랑받고 있는 시와 소설 등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다.
임호일 옮김
고려대학교에서 학사, 석사과정을 마친 후 독일 뮌헨대학을 거쳐 오스트리아 그라츠 대학교에서 독일 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국대학교 문과대학장, 도서관장, 한국독어독문학회 부회장, 한국뷔히너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동국대학교 명예교수다. 주요 논문으로는 『번역은 원전에 대한 도전이다?』, 『추의 미학의 관점에서 본 뷔히너의 리얼리즘』, 『가다머의 예술론』 외 다수가 있으며, 역서로는 『진리와 방법』(한스-게오르크 가다머 저, 공역), 『한스-게오르크 가다머』(카이 하머마 이스터 저), 『희곡과 연극 그리고 관객』(하인츠 가이거/헤르만 하르만 저), 『실천 문학 이론』(플로리안 파센 저), 『뷔히너문학 전집』(게오르크 뷔히너 저), 『데미안』(헤르만 헤세 저), 『세상의 다정스러운 무관심』(패터 슈탐) 외 다수가 있다. 그리고 저서로는 『천재를 부정한 전재를 아십니까』 가 있다.
1. 「칠월」, 헤세의 감수성
소년 파울은 어느 여름 아버지와 고모 그리고 가정교사와 함께 별장에 머물고 있다. 그런데 아버지의 친구가 두 딸을 데리고 온다. 스물서넛 정도의 큰딸 투스넬테, 파울과 동갑인 작은딸 베르티다. 파울은 큰딸을 사랑하게 되고 베르타 역시 파울을 사랑하게 된다. 한 여름의 뇌우 같았던 첫사랑은 이들이 별장을 떠남으로 끝난다. 가정교사 홈부르거와 파울은 책을 사이에 두고 상반된 의견과 감수성의 차이를 보인다. 너도 밤나무와 밤에 대한 묘사를 통해 그 자체가 주체를 이루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종종 이 나무는 자신이 이웃도 없는 유일한 존재로 이 정원에 홀로 서 있음을 알고 있는 듯했다. 그럴 때면 이 나무는 멀리 있는 나무들 쪽으로 시선을 던지며 그들을 찾고 그리워하는듯했다.", "그의 마음에 동경과 향수에 젖고, 그의 눈이 시원한 밤공기에 목욕하고, 결박된 그의 영혼이 자유로워지기를 기대하고 있었다."라고 하여 시골의 밤을 묘사한다. 엘리트 의식과 명예욕을 지닌 홈부르거는 정원에 나가는 적도 없고 침대에 누워 책만 읽는다. 파울에게 시골의 밤은 "마치 순수하고 건강한 세계에 와 있다는 느낌과 영원의 세계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접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헤세의 '생태적 감수성'은 인간이 자연이나 동물과 연결된 관계를 느끼고 인정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 「라티어 학교 학생」, 작은 사람들의 모임
카를은 라틴어 학교 삼 학년에 재학 중인 열여섯 살의 소년이다. 카를은 하숙집에서 박새를 기르고 도마뱀을 기르며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책을 좋아한다. 카를의 하숙집 하녀인 바베트는 어머니처럼 보이는 사십 대 노처녀다. 바베트는 배고파 보이는 카를에게 먹을 것을 챙겨준다. 바베트는 '하녀 클럽'을 운영하고 있는데 다양한 과거를 가진 하녀들이 모여 얘기들을 주고받는다. 애인과 헤어지고 독신으로 살아가고 있는 초록나무집 안나, 고향의 의붓아버지에게 돈을 보내고 있으면서 결혼에는 실패한 꽃집의 마르그레트, 모퉁이 집에서 일하는 그레트, 약국집 레네 등이 있다. 어느 날 카를은 티네를 사랑하게 되는데 역시 하녀이다. 티네는 남편이 사고로 병원에 누워있다. 바베트를 통해 이 모임에 참석하게 된 카를은 험한 운명 앞에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고 역경을 헤쳐 씩씩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게 된다. 억세고 고집 세던 바베트는 카를을 돌보면서 인자한 모습으로 바뀌고, 티네 역시 남편이 사고로 병원에 누워있으면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소년인 카를은 이러한 하층의 사람들의 척박한 삶을 통해서도 흥미롭고 강하며 순박한 세계를 체험하게 된다.
3. 「회오리바람」, 유년 시절과의 이별
1인칭 화자가 등장하여 과거를 회상함으로써 유년 시절과의 결별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더 이상 학생이 아니며, 열여덟 살의 방직공장 수습공이다. 주인공은 이제 어린아이들의 놀이에서 기쁨을 얻지 못하고 어른들의 심심풀이로 여겼던 '산책'에 재미를 느낀다. 고향에서 안일하게 살아가는 대신 넓은 세상으로 나가고 싶은 주인공에게 어느 날 닥친 전무후무한 회오리바람은 미래를 향해 떠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렇게 사방에서 폭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베르타에게 기습 키스를 당하게 된 주인공은 내면에서도 가슴 떨리는 사랑의 폭풍을 경험하면서 폭풍에 의해 익숙한 곳이 파괴되고, 뿌리째 뽑힌 나무들의 모습으로 회오리바람을 통해 어린 시절과의 영원한 이별을 의미한다. 이제 주인공은 어린아이의 모습을 벗고 어른이 되기 위해 고향을 떠난다.
4. 『청춘은 아름다워라』, 새 출발
이 작품은 다른 작품에 비해 자전적 요소가 강하다. 1인칭인 주인공은 몇 년 동안 타지에 머물면서 의젓한 신사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는 예전과 같이 가족들과 음악을 연주하고, 민요를 부르고, 옛날 책들을 읽고, 한밤중에 수영을 하기도 하고, 동생과 화약 놀이도 하고 곡마단 구경을 하기도 한다. 예전에 헬레네에게 느꼈던 사랑의 감정이 다시 설레기도 하지만 헬레네는 다른 남자와 약혼했다. 이미 어른이 된 나는 곧 극복할 줄 알게 된다. 주인공은 이제 사랑의 표상도 바뀌었다. 주인공이 다시 만나게 되는 안나는 친구처럼 지내며 인생과 문학을 얘기할 수 있는 여자이다. 어머니가 남긴 "너 아직도 기도하지?"라는 질문은 인생의 의미와 탐구가 주인공과 같이 할 것임을 암시한다. 어머니가 직접 짠 털양말 두 켤레를 어머니의 마지막 선물로 받으며 내 청춘의 막을 내린다.
선교사였던 아버지와 선교사의 딸로 태어나, 평생을 기독교의 가치관을 실천하면서 살았던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혹독하게 치르더라도 곧 제자리를 찾아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헤세에게 신앙심, 경건함은 태생적이라 할 수 있으며 자연과 음악, 독서가 주는 환경에 둘러싸여 성장했던 유년 시절의 유복함은 살아감에 있어 삶의 방향을 자연스럽게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