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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희 Oct 25. 2024

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 - 손화신 -


손화신

한양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기자로 일하며 대중문화계 명사 인터뷰, 작품 리뷰 등을 쓰고 있다. 말과 글로써 세상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길, 특히 영감, 위안, 용기를 주는 말과 글을 만드는 사람이길 소망한다. 『아이라는 근사한 태도로』, 『나를 지키는 말 88』을 썼다.


  내게 두 딸이 있는데 엄마가 항상 어떤 목표와 꿈을 가지길 원한다. 전에는 엄두가 안 나던 일을 지금 시작해 보고자 한다고 했다. 지금부터 글을 쓰겠다고 했다. 도움 되라고 막내딸이 보내줘서 설레는 마음으로 풀어보았다. 제목을 보아하니 엄마더러 공부해 보라는 마음인 것으로 와닿는다. 딸에게 전화를 걸어 고맙다고 하면서도 지금 읽어야 되는 핵들이 많은데 이 책을 읽으려면 한참 걸린다고 했다.

  "엄마. 그 책은 지금 읽는 게 좋아."라고 말하면서 은근히 압력을 행사했다. 딸이 보낸 책을 우선적으로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저버릴 수가 없어서 첫 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이럴 때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하는가 보다. 책은 생각보다 속도감 있게 읽혀 내려갔다. 그리고 기대 이상으로 내 마음과 습관의 문제점을 쏙쏙 꼬집어 해결책을 제시해 주었다.


기자 출신의 작가는  원하는 일을 찾기까지 방황과 공황증상의 고비를 겪으면서 치유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하여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장마다 내면의 간절함이 담겨있어 방황하는 영혼을 본능의 대처로 쉴 수 있게 한다. 

  1장 고백 - 쓸수록 내가 되었다. 2장 나다움을 찾고 싶을 때 - 내 안이 텅 빈 것 같아서. 3장 나의 감정을 살릴 때 - 불안과 공허의 안개를 헤치고. 4장 나의 세계를 넓히고 싶을 때 - 글 쓰듯 살 수 있다면. 5장 응원 - 쓸수록 당신이 되기를.로 구성되어 있다. 


기자 출신의 작가는 오래전부터 직업적으로 글을 쓰기도 했었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글 쓰는 일을 사명으로 여기는 사람으로 보인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나를 위한 글임을 여기게끔 하여 체한 것 같은 답답한 마음을 쓸어내렸다.

책장을 걷기 시작하자 글은 나를 위해 이리저리 끌고 다녔다. 바람 한 점 없는 망망대해 바다에 표류된 내게 바람이 불어 방향을 이끌어주고 있었다.

  가끔 제목만 저장해두고 쓰기를 미루던 내게, 그런 습관의 문제를 지적하여 게으름이라고 표현했다. 시간이 지나면 애초 느꼈던 감정이 온전하게 남아있지 않게 된다고 적어놓아 게으름 병을 고치는 것이 우선임을 알게 했다. 그 내용으로 저장만 되어있는 글감 중, 생각나지 않은 제목들은 정리하고 조금의 감정이라도 남아있는 제목은 마무리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책은 내게 미루지 말고 쓰는 행동을 요구한다.

  내게만 있을 것 같은 트라우마, 불안, 슬픔, 아픔, 상처 등도 드러내 씀으로써 강하고 성장하며 성숙해질 것 같은 나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  세상 밖으로 나오기 힘들어서, 숨죽여 생각하던 내 어두운 과거도 드러내면 두렵지 않다 고 하며 쓰라고 재촉한다. 고뇌는 인간을 인간이게끔 하는 조건 중 하나이며, 쓸수록 고뇌하고, 고민하고, 쓰면서 성장해 간다고 한다. 시간은 유한하고 문장은 유한하다'는 말로 써놓은 글에 대한 미련과 집착을 버림으로 다음 글을 보다 더 훌륭히 쓰도록 애쓰라고 하여 미숙한 글에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자신감이란 옷을 입기 위해선, 완벽함이란 옷을 벗어버려야 한다.(P195)' 

  쓸수록 나는 내가 되고 쓸수록 나의 약점을 벗어 강해지는 나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그래서 소망하게 되었다. 쓰고 또 쓰는, 글 쓰는 삶을 살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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