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요란하게
오늘 맑은 하늘에 햇살이 따뜻한 아침을 맞이했다.
겨우내 들렸던 바람 소리는 집안에 있어도 현관문을 열기가 무서울 정도였다. 가게 안에서 현관 유리를 통해 밖을 내다보면 아스팔트 바닥과 90도 각도로 불었다. 이에 눈보라를 헤치고 걸어가는 행인들의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했다. 거의 매일을 그런 날씨와 사투를 벌이는 행인들을 바라보는 것도 힘들었다. 도저히 물러갈 것 같지 않던 무거운 검은 구름이 어떤 힘에 의해 밀려갔는지는 알 수가 없다.
키다리 아저씨네 마당에 봄이 찾아오는 것 같이 우리 집 마당에도 봄이 오는 신호가 있었다. 봄의 신호는 마당의 풀이 우선이었다. 아직은 쌀쌀한 기온에도 딱딱한 흙을 뚫고 초록빛 새 순이 올라와 할 일을 생각하게 했다. 이른 아침 오랜만에 듣는 새들의 지저귐조차도 합창소리를 내듯 우렁차게 들렸다.
할머니가 경운기를 탈탈 소리내며 운전하는 모습이 농번기가 시작됐음을 알려주고 있다. 굳어있던 땅을 일구어 파종이 시작될 것이다.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 정오의 햇살에 그을려 빛나는 얼굴을 보게 될 것이었다.
작년에 심어놓았던 철쭉이 꽃이 필 것이라고 기대를 가져 보았다. 꽃은 순서대로 계절별로 피어 봄을 알릴 것이라 생각하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다독인다.
봄이 저만치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