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결에 얼굴을 맡기며
컨투어드로잉
전체 이미지를 머릿속에 담고 하나의 선으로 고집스럽게 이어 그린다. 이 연습으로 다양한 선 긋기의 매력에 빠지는 것은 물론 사물을 예리하게 관찰하는 능력을 얻게 된다고 한다.
자전거를 타고 밖으로
공터에서만 뱅글뱅글 돌다가 해안 도로로 나갔다. 긴장으로 양쪽 핸들을 쥔 손에 힘이 가해졌다. 가운데 차선으로는 달리는 차량의 소음으로 주눅 들었다. 딸은 엄마의 안전을 위해 주의 사항을 미리 알려주었다. 사람이 보일 때는 미리 서라, 넘어질 때는 차선 반대편으로 넘어져라 등등이었다.
내가 먼저 출발하고 딸은 속도를 조절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자전거 도로를 타고 나갔다. 다행히 보행자는 보이지 않았다. 어떤 부분 도로는 울퉁불퉁하여 자전거 바퀴가 넘어갈 때 덜컹거리며 중심이 흔들려 넘어질 뻔하여 지레 겁을 집어먹기도 했다. 보기에는 편평한 도로도 경사가 있어 땀을 흘려야 자전거 바퀴를 굴릴 수가 있었다. 잔뜩 긴장하여 좌우를 살펴볼 여유는 없었지만 울타리 밖으로 나왔다는 기분이 살짝 성취감을 맛보게 했다.
어릴 때 자전거 배워보겠다고 커다란 어른용 자전거를 끌고 아스팔트로 나와서 올라타고 달리다가 동네 가게 야채 더미에 푹 빠져 허우적 댄 적이 있었다. 그 후로 자전거는 무섭고 부끄러운 기억으로 가까이하지 않았다. 자동차는 끌고 다니면서 자전거는 내 트라우마인 셈이었다. 육십 중반이 되어서야 싱그러운 바람을 타고 두 바퀴를 의지해 해안 도로를 달리는 나를 그려보고 있었다.
얼굴을 스치는 상쾌한 바람이 주는 좋은 기분을 얻기 위해 나는 무서움과 두려움을 이겨내야 했다. 지금 서툴다 한들 어떠하랴. 어제보다는 낫고 내일은 더 나아질 것이다.
너른 밭에 선인장 꽃이 연한 노란색을 띠며 팝콘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주변의 아름다움을 눈여겨볼 수 있는 여유를 자전거 두 바퀴는 내게 선물로 주고 싶어 한다. 다만 두려움을 극복하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