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명품
딸이 도서 포인트가 쌓였다며 가방을 구입하여 내게 주었다. 마침 적당한 가방이 필요하던 차에 손에 잡은 가방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색상도 좋고 크기도 적당했다. 책도 한 두권 넣을 수 있었다.
딸은 고작 포인트로 계산된 가방을 명품가방을 받은 것처럼 좋아하는 내 모습을 보고 멋쩍어하며 다음에 더 좋은 것을 사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지금 내가 꼭 필요한 가방이기에 이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겠냐'라고 했다.
옷이건 가방이건 입고 메고 있을 때 내 몸에 착 달라붙으면 그게 명품이지 달리 명품이냐고 하면 주변에서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기도 한다.
몇 해 전에 아들이 첫 해외 출장을 다녀오면서 가방 하나를 사다 준 적이 있었다. 이때 매고 나가야지 저 때 매고 나가야지 하다가 장롱 속에서 햇빛을 보지 못하고 몇 해가 흘렀다. 가방으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린 것이다.
모든 물건은 제 역할을 다 할 때 비로소 빛을 발하게 되어있다. 나 역시 지금 이 자리에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혹은 본분을 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가방 하나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