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나는 내가 드러나는 걸 두려워하여 언제나 뒤에 서있었다.
연필을 이용하여 부족한 그림 실력을 흐릿함에 감추고 싶었다. 형체가 분명하지 않은 흐릿함은 내가 보기에도 무엇을 그렸는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 나는 '그러라 그래'라고 되뇌던 말을 생각하여 연필로 그어진 선 위에 펜으로 따라 긋기로 했다.
"자, 지금부터 펜을 쓰겠어"
펜을 따라 흐릿한 연필선 위로 선명한 형체가 드러났다.
아무도 보지 못할 것 같은 곳에 서 있던 내가 빛을 받으며 한 걸음 내디는 모습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