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간 자리
컨투어 드로잉
컨투어 드로잉은 프랑스어로 윤곽선을 뜻한다.
하나의 선으로 사물의 윤곽선을 캐치하여 빠르게 그려내는 그림이다.
듣기만 해도 어렵다. 그리고 실제로도 어렵다, 하지만 선의 강약과 속도에 대한 연습을 할 수 있는 멋진 방법이기도 하다.(이기주, 그림 그리기가 이렇게 쉬울 줄이야)'
둥지
마당에 있는 벚나무에 새가 둥지를 만들었다. 우리 식구들은 어떤 새 인지 몹시 궁금했다. 큰 딸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둥지를 살펴보았다. 키 작은 사다리는 둥지 안에까지 볼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둥지 안에 꼼짝 않고 앉아있는 어미 새의 머리가 보였다. 아마도 알을 품고 있는 모양이었다.
우리는 어미 새가 불안하지 않도록 조용히 사다리에서 내려왔다. 알은 곧 부화해서 새끼를 보게 될 터이니 방해하지 말자고 했다. 멀리도 아닌 우리 집 마당에 어쩐지 비밀이 있는 양 딸과 나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웃음이 새어 나오느라 큭큭거렸다.
며칠 후에 둥지를 들여다보며 딸이 큰 소리로 말했다.
"엄마,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없다니 이 무슨 말인가 생각하며 둥지로 다가갔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빈 둥지였다. 부화하면 어미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짹짹'하고 소리를 내며 받아먹으면서 자란 후에 떠나기 마련인 것이다. 날수로 보아 짹짹거리는 소리가 들려야 했다. 시기를 건너뛴 것으로 보아 아마도 사고가 생긴 것은 아닌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딸은 둥지 근처에서 작은 새털을 찾아내어 손에 들고 아쉬워했다. 우리는 부디 사고가 아닌 하룻밤 새 마법처럼 자라나 떠났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어디서든 잘 살아라. 다음에 오거든 세심하게 살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