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데이트
우리는 월령리 해안가를 찾았다. 밀물 때라 하얀 모래는 바닷물에 잠겨 백사장의 느낌은 없었다. 잠겨있는 검은 바위가 윗부분만 드러내어
바닷물에 떠있는 것처럼 보였다. 조용한 바닷가를 바라보며 우리는 모처럼 여유를 느꼈다. 쉬는 날이었다면 더없이 좋았겠지만 집으로 돌아가서 해야 한 일들을 생각하면 마냥 한가하지만은 않았다.
잠시 후에 집으로 돌아오는 방향으로 해안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나는 핸들을 잡은 손의 움직임이 불안정해서 휘청거리는 걸 느꼈다. 이는 불안한 마음에서 급하게 핸들을 꺾기 때문인 것이라 알고는 있으나 습관은 잘 고쳐지지 않았다. 남편은 뒤에서 따라오고 있었고 나는 앞에서 달렸다. 달리다 보니 앞에 커브를 틀어야 할 모서리가 눈에 보였다. 재빠른 결정을 해야 할 찰나를 놓치고 자전거가 부딪치는 소리를 내며 쓰러져 도로에 드러눕고 말았다.
넘어지는 와중에도 사람들이 보면 어쩌랴 하는 부끄러움이 무르팍의 통증보다 더 앞서 느껴졌다. 뒤에서 '아이고!'하는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일어서지 못하고 시멘트 바닥에서 중심을 잡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남편이 다가왔다.
"가만있어. 움직이지 말고."
나는 심하게 골절상을 입은 것은 아니었으므로 손을 내밀어 얼른 일으켜 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남편은 타고 오던 자전거를 한쪽에 세우고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길 위에 너부러진 내 모습이며 찢어진 청바지 사이로 드러난 상처며 사진을 찍어댔다. 이 무슨 해괴한 제스처란 말인가. 나는 '지금 뭐 하고 있어?'라고 툴툴거리며 남편이 내민 손을 붙들고 일어섰다.
"그런데 거기서 왜 넘어진 거야?"
그걸 지금 이 상황에 질문이라고 던지는가? 나는 말문이 막힌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애들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남편은 소리 없이 웃기만 했다.
언제나 강철같이 씩씩한 여자인 줄 생각하는 남편, 가끔 나도 넘어지고 힘이 부칠 때도 있다는 걸 생각하기는 할까 싶다. 가끔 남편을 물고 늘어질 일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