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내가 혼자 남겨진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을 미리걱정하는 바보

by 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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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에서 식사가 끝나고 식당에 남아있다가 토론이 벌어졌다.

나이가 들어 만일 혼자가 되었을 때, 재혼을 해서 둘이 있는 것이 좋은가, 혼자가 좋은가 하는 일이었다.

어느 여사님은 재혼을 하는 것이 좋다고 했고, 또 어떤 여사님 몇 분은 재혼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다수의 여자들 틈에 혼자인 남자 어른은 열띤 토론에 머쓱한지 웃기만 했다.


"같이 있으면 심심하지 않고 좋지 아니한가 ……."

어르신은 작은 목소리로 끝을 어물거렸다.

나는 웃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이 이어져 어르신의 얼굴이 눈앞에 와닿았다.

'홀아비 삼 년에 이가서 말, 과부 삼 년에 은이 서 말'이라는 말이 있다. 요즘에는 맞지 않을지 모르나 과부가 홀아비보다 억척스러운 모양이다.


어릴 때, 동네 아저씨가 갑자기 돌아가시는 일이 있었다. 예기치 않던 일이라 어머니는 아직 창창한 그 집 가장의 일을 몹시 애석해하며 남은 가족을 걱정했다. 애들을 데리고 어떻게 혼자 사느냐며 하던 일을 멈추고 '쯧쯧' 한숨을 쉬며 생각에 잠기곤 했다.

나는 그런 어머니를 바라보며 우리가 어머니의 앞길을 방해하나 싶어서 한마디 거들었다.

"혹시 이다음에 우리가 걔네 같은 상황이 되면, 어머니는 얼른 재혼해."

느닷없이 튀어나온 내 말에 어머니는 "말이라고 하느냐"라며 내 등짝을 후려쳤다.

나는 어머니를 생각한 마음에서 나온 말이었는데 왜 화를 내시는지 알 수 없었다. 어머니는 "새끼들 줄줄이 다섯을 데리고 어디를 가냐"라며 나를 쏘아보았다.

어머니나 나나 있지도 않은 일로 괜한 부스럼을 만든 멋쩍은 시간이었다.


아무튼 어머니는 이십 년 가까이 혼자 계시다 돌아가셨다.

나 역시도 젊은 날과 생각이 달라졌다. 지금은 혼자 살아갈 자신이 없으면 재혼을 해야 하고,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다면, '굳이'로 생각이 바뀌었다. 재혼을 하든지 안 하든지 사람은 결국 혼자 남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사별하고 나서 재혼했을 때 더 좋은 기운을 내는 어른들도 의외로 많이 보았다. 어떤 사람을 만나는가에 따라 새로운 삶이 이쪽이든 저쪽이든 기울어질 것이이겠지만, 젊은 사람이 제짝을 잘 만나지 못하는 것처럼 노년에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살아보니 나도 친정어머니를 닮아 쉴 새 없이 일하는 스타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애들은 제각각 살아갈 것이고 부부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혼자가 되는 일은 피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닥치지 않은 일로 미리 고민할 필요는 없는 일이니, 하나님이 맺어준 짝과 오래오래 건강하게 해로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일이겠다.

백세 시대라고 하는 요즘,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선택은 본인 몫이다.


무료함을 달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체면과 이웃의 눈치를 보지 않고 움직일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을 미리 찾아보는 것도 한 방법에 속할 것 같다.

자식들에게 섭섭한 마음을 품지 않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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