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스러운 기억이 떠올랐을 때 눈을 좌우로 움직이면 덜 고통스럽고, 이 작업을 반복할수록 점차 나아진다고 하는 정신건강의학 기법이다. 영문명은 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EMDR). 메커니즘이 아주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눈이 좌우로 움직이는 REM 수면 단계에서 기억이 처리가 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라고 한다.
치료방법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게 한 뒤, 안구운동과 같은 양측성 자극을 줘서 기억이 처리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개인이 일상에서 문득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을 때도 눈을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는 방법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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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법을 처음 듣게 된 건 tvN '책 읽어드립니다'라는 프로그램에서 김태경 교수가 자기조절 기법으로 EDMR을 소개했을 때였다. 원래 뇌가 좌반구 우반구 활발하게 소통하는데 트라우마 떠오르면 일시적으로 교류를 못하니까 좌반구 우반구를 번갈아 자극을 주면 기억이 처리된다는 내용이었다. 꼭 눈뿐만 아니라 다리를 좌우 번갈아 두드려도 되고 산책이 제일 쉬운 방법이라고.
처음 들었을 때는 어이없었지만, 찾아보니 연구논문도 있고 대형병원에서도 이용하고 있는 치료법이었다. 무엇보다 직접 해보니 효과가 있었다. 안 좋은 기억에 몇십 분이고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다음 단계로 이행하게 해 주었다. 또기법 자체의 효과도 효과지만, "트라우마가 떠올랐을 때 해결할 수 있는 대처방법이 있다"라는 마음가짐이 큰 안도감을 주었다는 게인상적이었다.
이 기법에서 재미있는 전제는 아무리 끔찍한 기억이라도 "처리"가 되었다면 현재 정신건강을 크게 해치지 않지만, 그보다 덜 끔찍한 기억이라도 "처리"가 안 되었다면 트라우마로서 현재의 자신을 괴롭힌다는 것이다. 즉 트라우마로 인한 고통은 과거의 사건에 달려있는 게 아니라 지금의 대처에 달려있고, 때문에 생각보다 쉽게 통제 가능하다는 것인데, 이를 인식하고 나면 과거의 기억들이 좀 더 만만하게 보이게 된다는 것이 매우 훌륭한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