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맨 만큼 내 땅이야.
나는 실패했다.
웹소설 작가를 꿈꾸며 보낸 지난 6년을 돌아보면,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다.
그동안 써왔던 수많은 글들은
지금 다시 보면 나조차 민망할 만큼 미숙했다.
그래서 세상에 내놓을 수 없었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다.
그 실패의 이유는 최근에서야 비로소 보였다.
나는 소설가라는 직업과 어긋나 있었다.
문제는 내 판단이었다.
나는 내 강점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오히려 소설가에게는 장애물일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예컨대, 생각이 많은 성향.
작가로서 유리한 자질이라 믿었지만,
내 사고는 멀리 뻗어나가기보다
자기 꼬리를 쫓는 강아지처럼
제자리만 빙빙 맴돌았다.
수렴적인 사고방식은 플롯을 풍성하게 만들기보다
오히려 나를 그 안에 가두었다.
무엇보다, 나는 소설에 충분히 간절하지도 못했다.
그보다는 회피가 앞섰다.
개원이 두려워 다른 길을 찾았고,
그 길이 마침 글쓰기였을 뿐이다.
하지만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시간이 헛되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아니다. 헛되지 않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그 시간은 지금 내 진료실 곳곳에
작은 유산처럼 남아 있다.
소설의 구조를 고민하던 방식으로
치과라는 조직을 설계했고,
글을 쓰던 루틴은 행정의 뼈대가 되었다.
소재가 될까 싶어 메모해 두었던 몇몇 아이디어들은
실제로 치과 운영에 쓰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글쓰기 그 자체가 도움이 되었다.
개원을 준비하는 치과의사는,
의외로 이야기를 써야 하는 직업이었다.
면접 자리에서는 직원에게 전할 이야기,
치과 운영에서는 함께할 목표의 이야기,
진료실에서는 환자에게 믿음을 줄 이야기.
어디서든 이야기가 필요했다.
나는 개원을 피하려다 글쓰기를 만났고,
글쓰기에 실패하며 다시 개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돌고 돌아,
그 실패는 결국 개원의 자산이 되었다.
그 실패 덕분에, 예전의 나였다면
놓쳤을 것들을 볼 수 있었고
이전이라면 감히 내리지 못했을 선택들도 할 수 있었다.
소설가의 꿈은 최근의 일이었기에
가장 크게 다뤘지만,
생각해 보면 내 인생은
방황과 실패의 연속이었다.
돌아보면 참 다채롭기도 하다.
삐삐풀 속살을 까먹던 시골아이가
준프로급 게이머가 되었고,
소설가를 꿈꾸다
지금은 서울에서 치과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인물 설정을 소설에 넣었더라면
독자들에게 개연성 없다고 욕을 먹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짧게 요약하느라 생략한 이야기들까지 더한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건 허구가 아닌 실제의 이야기라는 걸.
살아 있는, 진짜 내 이야기라는 걸.
지금까지의 여덟 편은
‘이야기 쓰는 치과의사’라는 이름의
배경 설명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지금까지의
내안에 머물던 이야기를 꺼내보려 한다.
시간의 순서도, 주제의 무게도 상관없이
하나씩 풀어내겠다.
진심으로, 솔직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