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이득 보지 않아도 괜찮아
요즘 새로 문을 여는 치과들을 보면
비슷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간판, 인테리어, 설명 방식, 진료 시스템까지
이름만 다르고, 나머지는 마치 복사-붙여 넣기 같다.
그 이유는 아마도,
많은 치과들이 컨설팅을 통해
개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컨설팅이 나쁜 건 아니다.
개원을 직접 해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한 사람이 감당하기엔 업무량이 지나치게 많다.
진료까지 병행한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나는 시기가 맞았다.
진료를 잠시 쉴 수 있던 터라
개원 준비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선택할 수 있었다.
컨설팅을 받지 않기로.
그 결정의 중심에는
‘세계관’이라는 단어가 있었다.
우리가 만들고자 한 진료 구조는
누군가 대신 설계해 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내가 중요하게 여긴 건
직원과 환자 모두의 삶의 질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시스템.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오래 일할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철학을 이해하고
설계에 반영해 줄 컨설팅은 찾기 어려웠다.
그들 스스로도 어쩌면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미 검증된 결과를 복제하는 데엔 능하지만,
그 결과가 만들어진 맥락까지는
전부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그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치과의사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그들이 다루는 건
철학이 아니라, 포맷이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만의 구조를 스스로 설계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방향은 ‘디지털 치과’로 향했다.
직원에게는 편안한 진료 환경을,
환자에게는 더 정확하고 빠른 결과를,
그리고 우리에게는 시간과 에너지의 여유를.
우리가 만들고자 했던 구조에
가장 잘 맞는 방식이었다.
물론 초기 비용이 부담되긴 했다.
하지만 긴 호흡으로 보면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 판단했다.
문제는 실행이었다.
내가 구상한 디지털 치과는
선구자 그룹이라 할만했다.
비슷한 곳도 드물었고,
경험을 나눌 동료도 찾기 어려웠다.
결국, 또다시 익숙한 장면이다.
소설을 쓰던 시절처럼
혼자서 생각하고, 혼자서 결정하는 일.
가장 많이 신경 써야 했던 부분은 ‘계약’이었다.
인테리어, 장비, 재료, 시스템.
분야마다 수많은 업체들이 있었고,
결정을 내려야 할 일도 산더미 같았다.
처음엔 단순하게 생각했다.
크고 유명한 곳이 무난하겠지.
이미 검증된 이름이니 크게 손해 보진 않을 것 같았다.
한 회사로 몰아주면
편의성이 좋고 혜택도 있다 해서
제법 진지하게 계약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위화감을 느꼈다.
“이건 단점이 뭔가요?”
내가 던진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글쎄요, 단점은 딱히 없고요. 장점은 정말 많습니다.”
당연한 말이다.
영업사원이 자기 회사 제품을 좋게 말하는 건,
누구라도 그러니까.
하지만 그 순간,
나는 그가 누구의 입장에서 말하고 있는지를 깨달았다.
그는 우리 편이 아니었다.
우리는,
환자의 입장에서 최선의 방법을 고민한다.
우리의 파트너도, 마찬가지여야 했다.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기준을 완전히 바꿨다.
얼마나 ‘검증된 업체’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우리와 닮은 업체’ 인가.
조금 비싸도 괜찮았다.
이 거래는 단발성이 아니니까.
우리는 단순한 계약을 하는 게 아니라,
치과라는 세계를 함께 짓는 중이었다.
그래서 필요했다.
세계관을 공유할 수 있는 파트너.
그들이야말로,
우리가 찾던 진짜 동반자였다.
그들과 함께라면,
치과는 오래도록 ‘우리 다운 곳’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