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작가가 되어야겠다.

치과의사가 웹소설 작가를 꿈 꾼 이유

“웹소설 작가가 되어야겠다.”


이미 치과의사로 열심히 일하던 2019년의 어느 날

그렇게 결심했다.

충동적으로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스스로를 돌아보며 내린 결론이었다.

이유는 한 문장으로 요약 가능했다.


벽을 느껴서.



당시 페이닥터로 근무하던 병원의 대표원장님은

여러 의미로 비범하신 분이었다.

나는 그분을 보면서 까마득한 벽을 느꼈다.

죽었다 깨어나도 이 사람처럼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진료적인 면은 괜찮았다.

치과의사들은 대개 본인 진료 실력을 좋게 본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으니

수술 이외의 진료는 오히려 내가 더 잘한다고 생각했다.

수술 실력은 부족하다 할 수 있었으나

그것이 벽이라 할 정도는 아니었다.

내가 격차를 느끼는 부분은 진료 외적인 부분이었다.


한 번은 내가 출근하지 않았던 날, 난리가 났었다.

페이닥터가 쉬는 날이었던 만큼 일손이 부족해서였는지,

보철물 부착과정을 치과의사가 아닌

위생사가 진행하였던 것이다.

치료받은 환자는 젊은 남성분이셨는데

너희 모두 고소할 거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 상황에서 대표원장님은 위생사가 붙였지만

잘 붙인 보철물을 뜯어내고 다시 해드렸다.

나에겐 듣고도 따라 하지 못할 선택지다.

위임진료의 잘잘못을 떠나

잘 붙인 보철물을 뜯어내는 것은

환자에게 손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내 선택으로 다른 사람이 손해 보는 것을 견딜 수가 없다.



나는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못하고 손해를 줄 것 같으면

차라리 내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 마음이 편한 타입이다.

가정교육의 힘인지 유전자의 힘인지는 모르겠다.

둘 다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어머니의 친한 친구에게 돈을 두고 와서 그런데

500원짜리 떡볶이 좀 외상으로 주실 수 없느냐고 하는데

빨개진 얼굴을 들지도 못하고 손발을 벌벌 떠는 모습에

그 정도가 좀 심하다고 생각하셨는지

다르게 교육하려고도 하셨다.

하지만 이미 늦어버린 모양이다.

스스로도 이 정도면 정상이 아니지 않나 싶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나인걸.


착하고 이타적인 것이 아니다.

남을 배려해서가 아니라

‘남에게 피해를 주는 내’가 싫은 것이다.

목에 커다란 가시가 걸린 것 같은 기분이 되어

참을 수가 없다.



이것은 당시 내 판단에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치과가 일부 공익적인 면이 있다고 하나

결국 영리 단체인바, 경영 역량이란 결국

얼마나 이익을 남기는 데 있지 않겠는가.

본인의 이득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남에게 아쉬운 소리도 좀 할 줄 알고

남이 조금 손해 보는 것 같아도

이득을 확실히 챙기는 사람이 리더여야

치과가 잘 굴러갈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치과의사들이 결국 개원하는 것은

봉직의로서의 입지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것이 크다.

치과의사가 일반적인 다른 직종과 비교하여

빠르게 고점에 도달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시간은 봉직의의 편이 아니다.

대표원장 본인 보다 나이 많은 봉직의는 좀 그렇지 않은가.

수요가 줄어드니 처우도 자연스럽게 불리해진다.


치과의사들이 고액연봉자이긴 하나,

일반적으로는 퇴직금도 없는 치과의사들이

봉직의 생활로만

은퇴를 영위할 금액을 모으는 것은 어렵다.


봉직의들은 결국 한 번은 직종의 전환을 겪어야 한다.

내가 개원이 성격상 맞지 않는다면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고찰하였고

결론으로 웹소설작가를 선택한 것이다.



인간관계가 힘든 나에게

타인과 직접적으로 부대끼며 사는 치과의사보다

독자들과 간접적으로 소통하는 작가 쪽이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내가 시도할만한 요소도 많았다.

웹소설을 좋아하고, 많이 읽고 있다는 것.

치의학이라는 웹소설에 흔하지 않은 소재를 다루는 것.

하루 종일 생각하고 글쓰기를 재밌어한다는 것.

글쓰기에 대해서 칭찬받은 경험이 많았던 것. 등등

여러모로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점도 좋았다.

하루아침에 전업작가를 하겠다고

잘하던 페이닥터를 때려치울 이유는 없으니

기존에 하던 치과의사 일과 병행하면 된다.

진료가 끝나면 녹초가 되는 일이 흔하긴 하였으나

예상치 못한 야근이 거의 없는 만큼

시간은 어떻게든 만들 수 있을 터였다.



생각을 정리한 후엔 내 생각을 아내에게 털어놓았다.

아내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좋아요. 대신 나에게 가장 먼저 보여줘야 해요!”


그렇게,

웹소설이란 이름의 6년에 걸친 여정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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