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간디학교] 지리산 둘레길 도보여행

by 루돌프

‘아니, 애들이 어떻게 그렇게 힘든 걸 해?’



‘그거, 완전 극기훈련 아니냐?’


다들 저에게 한 마디씩 합니다.

하루에 7~8시간을 걷는 ‘도보여행’을 한다고 하니까요.(4박 5일 동안 100km 정도 걸어요.)

그것도 이제 갓 중학교 1학년이 된 아이들과 함께라고 하니까요.

(초등학생이나 다름없죠)


저도 사실은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나는 과연 걸을 수 있는가? 그 정도의 체력이 있을까?'


이전에 도보여행 경험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하지만, 하루에 8~9시간, 4박 5일 내내 걸어야 한다고?


정말 쉽지 않은 여행일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걷는다는 것은 제가 생각하는 학생들과의 여행의 기본이었습니다.


늘 대안학교에서의 여행은 '관광이 아니야!!!'라며 외치고는 했었어요.


진정한 여행은! 자립이라는 간디학교 철학이 바탕이 된 공정여행이어야 해!


온 힘을 다해서 스스로 걸어가는 거야.

그렇게 모든 것들을 스스로 한발한발 내딛어야지!

그래서 그 걸음걸음 사이에 서로 나누는 우리의 이야기들을 마음으로 함께 새길 때에

베토벤의 교향곡처럼 포근하고 섬세한 반짝임으로 변해가는 우리들만의 진정한 여행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장황하게 말하고는 했으니까요.

(쓰고 나니 더더욱 너무도 장황하네요. 그러니 학생들은 콧방귀나 뀌었겠지요..)






지금의 아이들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어떻게 걷는지 잊어버린 것 때문은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해야 하니까,

아니, 하라고 하니까.


어른들이, 부모가, 교사가, 지금 우리가 만들어놓은 사회가 시키는 대로, 그렇게 살아야 했기에


아이들은 스스로 걷는 법을,

아니 스스로 걸을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거예요.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지 생각도 해본 적이 없는 채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시키는 대로만 해왔으니까요.









산청간디학교에서는 중학교 1학년 갓 들어온 신입생들과 매년 도보여행을 갑니다.


더불어 함께 행복하기 위한 첫 번째 발걸음입니다.

그리고, 쉽지 않은 도보여행을 통해 삶을 스스로 걸어가는 것이 어때야 하는 것인지 경험하게 해 주기 위해서 저희 학교는 아이들과 함께 걸어갑니다.


'힘들어요. 살려주세요.'

'저를 살리지 마세요'

'제 발이 제 발이 아니예요.'


다들 아우성을 칩니다.

아침 시작부터 눈물을 흘리면서 걷는 아이도 있습니다.

당연히 짜증도 내구요, 화도 내지요.

그렇지만 우리들은 왜인지 모르지만 행복합니다.


잠깐의 휴식시간 친구들과 나눠먹는 달콤한 간식에 웃음이 나옵니다.

점심시간, 아침부터 부랴부랴 직접 만든 주먹밥을 먹을 때 우리는 더 웃음 짓습니다.

하루종일 걸어서 체력이 다 빠져서도 해 질 녘 보이는 숙소의 불빛에

우리는 신이 나서 뛰어갑니다.

그러니까 저녁은 또 얼마나 맛있겠어요. 완전 행복의 끝을 만날 수 있는 거죠.


그렇기에, 그 힘든 도보여행에도

포기하는 아이들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도대체 이렇게 힘든 여행을 왜 가냐구요?

그냥 아이들과 맛난 거 사 먹고, 유명한 곳에 가서 사진이나 찍고 그러면 될 텐데 말이죠.

그러면 아이들이 완전 신나 할 텐데 그죠?


그러게 말이예요.


도보여행, 곧 삶의 그 걸음걸음,

쉽지 않은 고되고 힘든 어려운 길.

행복이 곧 그 길 위에 있음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스스로 걸어야 합니다.

내 힘으로, 내 손으로, 온전히 나의 걸음, 나의 의지, 나의 노력으로 걸어 나가는 것,

그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중요한 것인지 알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힘들 때마다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힘들 때마다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인내하며, 스스로 헤쳐나갈 때

진정으로 의미 있는 나의 길이 되는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경쟁과 줄세우기에 찌들고, 이기적인 마음으로 뾰족뾰족 해져버린 아이들이,


함께 힘을 내도록 서로 응원하며,

손잡아주고, 밀어주고, 나누면서

둥글게 둥글게 변해가는 걸 볼 때


간디학교의 도보여행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지

깨닫습니다.


알아가기를 바랍니다.

결국은,


우리가 함께 더불어 그 길을 걸을 때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지

서로 어려움도 즐거움도 함께 나누고

함께 울고 웃을 때

그것이 바로 진정한 행복임을

알아가기를 바랍니다.


삶이 곧 그대로 도보여행임을.


해지는 노을 풍경 빛깔처럼 따스하고 또 조화롭게

스스로 걷는 삶이 진정으로 행복하다는 것을

온전한 아이들의 마음으로 느끼기를 바랍니다.


그렇기에 산청간디학교는 올해도 어김없이

아이들과 함께 걸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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