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편에게 애인이 생겼대요

by 핑크레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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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 전남편에게 애인이 생겼대요.


이혼한지 5년이 지난 어느날 이런 소식을 듣게 되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데 왜그리 놀랐던지…. 이혼하고 여자들은 혼자 지낼수 있지만 남자들은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마치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는 일이 왜그리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인지, 그건 아마도 바람을 펴서 이혼한 사람이 이렇게 먼저 애인이 생겼다는게 화도 나지만 어이가 없었다. 설마 전남편이 애인도 만나지 않고 계속 혼자이길 바랬던 것일까? 분명 그건 아니었다. 조용히 사귀면 될 것을 굳이 내 귀에 들릴 정도로 사귀는 데에 화가 났던 것이다. 그런 이야기가 내 귀에 들린다는 것은 단순한 애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공식화하고 다닌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진지한 애인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저 재미나 외로워서 만나는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제 애인입니다. 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와 더이상 상관이 없는 사람이니 신경쓰지 말자 애쓰고 있는데 상관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일이 너무 빨리 생기고 말았다. 전남편이 아이들에게 본인의 파트너와 함께 여행을 가자고 했다는 것이다. 여행까지 가고 싶으면서 나에게는 그 어떤 말도 없었다. 얼마나 대단한 파트너이기에 사귄진 얼마 되지 않아서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며, 첫 만남을 식사도 아니고 여행을 가고 싶어하는 것일까?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 분노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감정적으로 톡을 보내면 안 될 것 같아서 차분히 글로 쓰고 또 읽어본 다음에 보내기로 했다. 전남편과 애인 둘만의 일이라면 내가 이렇게 흥분하고 관여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둘만의 일이 우리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면 그건 허락해줄수 없었다. 관여를 해야만 한다고 생각을 했다. 얼마나 좋길래 그 만남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신중히 생각해보지 않고 이런 결정을 하는 것인지, 아이들이 반길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아이들도 이제 사춘기가 되어서 엄마, 아빠의 이혼이 아빠의 바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굳이 저렇게 아이들에게 알리고 싶은 것일까? 그 정도로 좋아서 주체가 안되는 것일까?



더 나아가서 그 애인을 회사사람들에게도 소개하고 동창회에도 데리고 가고 우리가 같이 알던 지인들에게도 소개하고 부모님 뵈러도 갔다. 마치 금방 재혼이라고 할 사람처럼 말이다. 이 사실을 알고 나는 슬퍼졌다. 이건 그사람이 나와 사귄지 얼마 되지 않았을때 했던 행동이기 때문이었다. 전남편은 그전 애인들은 주위사람들에게 소개를 하지 않았었다고 했다. 나를 만나고 나서 지금처럼 여기저기 소개를 했었다. 그만큼 진지한 사람을 만났다는 것을 의미했다. 물론 그때처럼 지금의 애인을 만나기전에 쭈욱 혼자였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늘 우리는 재결합의 가능성이 제로라고 믿어왔는데 지금의 내 행동은 마치 말만 하지 않았지 언제든지 재결합의 가능성을 열어둔 여자가 이제와서야 비로소 그 가능성이 없어졌다는 걸 깨달은 사람의 행동 같았다. 날 두고 바람펴서 헤어지게 된 전남편. 그래서 나는 미련이 없다고 말을 해왔지만 마음 속 어디선가는 미련이 있었고 나아가서 크진 않았겠지만 재결합의 가능성을 늘 염두해두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진지한 애인이 생겼다는 말을 듣고서야 그 미련이라는 것을 보내주는 것만 같았다. 분명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이혼하고 5년이 지나서야 애인이 생겼다는 얘길 듣고서야 그를 보내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이제 그를 진정으로 놓아주는 것처럼.


진짜 아닌데. 정말 관심없는데 나의 행동은 나에게조차도 그렇게 보였다.



그렇게 정해놓은 적은 없지만 애인이 생겨도 내가 먼저 생겨야 된다고 생각을 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보란듯이 멋진 애인을 내가 떠벌리고 다녀야 전남편을 이긴다고 생각을 했던 걸까? 아이들이 성인이 되기까지 그런 애인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기에 어찌보면 전남편이 먼저 애인이 생기는게 맞는데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 같았다. 그냥 찌질하고 쿨하지 못한 내 행동에 또다시 화가 났다. 좀더 멋지게 태연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는 걸까? 왜이렇게 미련있는 사람처럼 화를 내는 것인지. 아이들과 여행을 못 떠나게 해서라도 방해를 놓고 싶은 것일까? 아이들과 식사를 하는 건 괜찮지만 첫만남에 여행을 같이 가는 건 반대라고 톡을 보냈다. 그건 아마 처음부터 아이들과 친해지는게 싫었었던것 같다. 그리고 이건 어디까지나 나만의 이론이지만 아이들에게 보여줄 정도의 연애라면 가볍지 않고 진지해야 된다고 생각을 했다.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나서 오래가지 못하고 금방 헤어진다면 또다시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만나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렇게 소개할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만나보고 그 사랑이 어느 정도 견고해진 다음에 소개를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부모니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것 또한 내가 그리 관여할 문제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아이들에게 부모의 연애가 가벼워보이는게 싫었을 뿐이다. 그렇게 금방 소개를 했더라도 견고하게 오래가는 사랑을 보여준다면 사실 크게 문제될 일은 없었다.

다행히 그들의 사랑을 생각보다는 오래갔다. 적어도 아이들에게 가볍게 보이지 않을 2년을 만났고 그들의 이별 소식은 아이들을 통해서 전해들었다. 이런 이별소식 조차도 사실 알고 싶지 않다.


누굴 만나고 헤어지던 나와 상관없지만 그저 내 귀에 들리게는 안 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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